3년간 7조 이익 낸 K진단 심층조사…"끝물? 美에서 미래 찾는다"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박미리 기자 2022. 11.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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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로 뜬 K진단, 끝물이냐 기회냐①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다가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국내 진단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올린 영업이익만 7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 진단 수요는 이전 같지 않다. 진단기업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주가는 급락했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주요 진단기업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성장 전략을 알아보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K진단의 미래는 어떨까.

"핵심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이다."

코로나19(COVID-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라 국내 진단기업을 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진단은 끝난 게 아니냔 평가도 적지 않다. 국내 대표 진단기업의 시장가치는 상징적이다. 주가는 고점 대비 80% 이상 떨어졌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시가총액이 1년 순이익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지표로 주식시장에서 보는 기업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은 3~4배 수준이다. 매우 낮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진단에 큰 가치를 주지 않는단 의미다. 더구나 진단기업의 실적은 당분간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K진단'은 반짝 호황으로 끝날까.

머니투데이는 코로나19 발생 첫 보고(2019년 11월) 만 3년을 맞아 국내 주요 진단기업들을 대상으로 향후 성장 전략 등을 묻는 심층조사(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를 거절한 회사를 제외하고 7개 기업이 조사에 응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바이오노트, 랩지노믹스, 엑세스바이오, 오상헬스케어, 클리노믹스다.

"K진단 미래 희망 있다, 엔데믹 전략 이미 마련"
머니투데이 K진단 조사에 응한 7개 기업은 모두 이미 코로나19 엔데믹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 결과 7개 기업 모두 내부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제품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내부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진단기업들의 대표적인 코로나19 엔데믹 전략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방점이 찍혔다. 또 M&A(인수합병)나 R&D(연구개발)를 통한 사업 영역 확장, 진단과 IT를 융합한 디지털 전략 등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 시장 신뢰, 해외 유통망 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답변이 주를 이뤘다. 우선 전문가들이 보는 진단 시장에 대한 시각과 국내 주요 진단기업이 세운 내부 전략이 일맥상통한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큰 이익을 거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진단 토탈플랫폼을 앞세워 세계 곳곳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면역화학진단, 형광면역진단, 분자진단 등 190종의 진단 제품을 보유했고, 일부 제품은 WHOPQ(세계보건기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를 획득해 전 세계 입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며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자금력을 토대로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브라질 에코(ECO), 독일 베스트비온(Bestbion), 이탈리아 리랩(Relab), 미국 메리디언(Meridian)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특히 미국 메리디언 인수는 올해 국내 헬스케어 시장 최대 규모 거래(딜)로 주목받았다. 향후 세계 최대 진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씨젠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미국 현지법인장과 의과학부문장, R&D(연구개발) 담당을 영입하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미국에서 자체적인 R&D와 제품 개발, 생산 능력을 갖추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주요 전략제품에 대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완료할 예정이다. M&A도 지속 검토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노트는 글로벌 톱3 바이오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주력인 동물진단 분야에서 쌓은 기술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확보한 바이오 콘텐츠 제품 개발 및 생산 역량, 해외 전략적 제휴사업자가 보유한 영업 네트워크, 브랜드 파워를 합쳐 글로벌 바이오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 수탁분석기관 클리아랩 인수를 통한 미국 진단 시장 본격 진출을 주요 엔데믹 전략으로 꼽았다.

클리노믹스는 혈액을 통한 암, 심혈관질환 조기 진단 기술 개발과 미국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요양원 대상 영업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차세대 자가진단키트 개발과 진단-디지털 헬스케어 접목(엑세스바이오), 오상헬스케어는 진단 기술을 동물 대상으로 확대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K진단의 성장 자신감…하지만 시장 재편은 불가피
조사에 참여한 7개 기업 모두 국내 진단기업이 팬데믹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봤다.

코로나19로 K진단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데다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과 유럽 의료 시장에 진입하는 등 팬데믹 이전과 기초체력이 달라졌단 분석이다. 세계 시장에서 보는 K진단의 위상 역시 높아졌다. 특히 팬데믹 국면에서 확보한 탄탄한 자금력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란 관측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진단 시장에서 각광 받을 현장진단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장진단에 대한 의료 현장의 수요를 확인했고, 국내 여러 진단기업이 관련 기술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세계 현장진단 시장은 2020년 115억달러(약 15조9400억원)에서 2023년 13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진단 제품이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품질이 뛰어나단 인식이 전 세계로 퍼졌다"며 "여기에 덩치를 키운 국내 진단기업의 주요 해외 시장 현지화 전략이 더해져 코로나19 이후에도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랩지노믹스는 "국내 진단기업들은 기술력에 막대한 자금력까지 더해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기술력과 대응력을 알렸고 안정적인 제품 조달로 신뢰도를 확보한 만큼 진단키트를 넘어 진단 서비스와 시스템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조사에 응한 진단기업은 대체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고, 진단 산업과 국내 기술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단 점은 고려해야 한다.

중소 규모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국내 진단 산업의 특성상 엔데믹 과정에서 옥석가리기가 뚜렷하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팬데믹 시기 수익을 낸 진단기업과 아닌 기업 간 차이로 인해 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진단으로 탄탄한 자금력과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노트는 "유럽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정(IVDR) 등 해외 시장의 규제 강화와 현장신속검사·대용량 동시 자동화 검사 기술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규모 진단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면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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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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