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하는 북-러 '무기 거래' 의혹엔 "완전 거짓" 또 반박… 왜?

노민호 기자 2022. 11. 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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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 드러나면 북미 대화 가능성 완전히 닫힐 것"
"對러시아 비난 가중… 우크라 전황에도 영향 줄 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미국 측이 제기한 '무기 밀거래'설(說)에 대해 재차 반박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국방성은 8일 군사대외사업국 부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국이 우리(북한)와 러시아 사이의 무근거한 '무기 거래설'을 계속 여론화하며 어떻게든 이를 기정사실화해보려고 책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성은 "우린 미국의 이런 책동을 불법 무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걸어 국제무대에서 우리 공화국(북한)에 대한 시각을 흐려놓으려는 적대적 기도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밀거래설은 러시아의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것이다.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레오니트 네브즐린은 지난 4월 러시아 언론인 율리아 라타니나의 유튜브 방송 '라타니나TV'에 출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3월11일부터 2주 간 북한·중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쓸 미사일·탄약 등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 뉴욕타임스(NYT)도 올 9월 기밀 해제된 미 정보당국 문서를 인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로켓 수백만발 구매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당시 미 백악관과 국방부는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 정부는 이달 2일(현지시간)에도 "우리 정보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량의 포탄을 은밀히 공급하고 있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며 이 같은 정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응조치를 강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 국방성은 앞서 9월에도 장비총국 부국장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슬로비안스크의 공장에서 소방관이 전쟁으로 파괴된 잔해를 치우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관련 의혹을 부인하긴 러시아 측 또한 마찬가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7일(현지시간)에도 북한과의 무기 거래설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볼이자, 북한은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중단했던 러시아와의 열차교역도 사실상 재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소위 '신냉전' 구도 하에서 밀착하면서도 이처럼 '무기 거래설'에 관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각자가 처한 복잡한 사정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와 1874호, 2270호, 2275호 등에 따라 금지돼 있는 사항이다. 즉,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있으면서도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러시아는 그동안 안보리에서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애써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적극 반박하는 것일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러 간 무기거래가 사실일 경우 미국 내 여론이 '북한과의 대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을 "반공화국(반북) 모략설"로 규정한 북한 국방성은 이날 "우린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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