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한반도 평화 해법,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그리고 대화
북한의 위협이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6개월 만에 벌써 47발(월 평균 7.83발)이나 쏘아올린 탄도미사일이 단적인 예다. 직전 문재인 정부 기간 5년을 모두 더해도 66발(월 평균 1.1발)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북한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전례 없는 수준의 도발
북한의 연쇄 도발은 양과 질적으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33발이 최근 40여일 남짓한 시간에 집중돼 있는 점, 도발이 우발적이거나 독립된 것이 아니라 계획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 등 고체연료를 이용한 단거리탄도미사일부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장거리탄도미사일(ICBM)까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섞어 발사하고 있는 점 등이 그렇다.
특히 위협적인 점은 북한이 스스로 위치를 달리 평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은 연쇄 도발을 통해 자신의 핵무기·미사일 개발 능력을 시험하며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다.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탄도미사일 발사는 전술핵 운용 능력을 보여 주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수지 SLBM(9월 25일), ICBM을 이용한 EMP 연습(11월 3일) 등에서 핵무력의 전술적 활용 방안을 갖춰 가는 모습이 보인다. 높아 가는 핵무력 완성도에 비례해 북한의 군사적 자신감 역시 높아졌다. 핵추진항모인 미국 로널드레이건호 입항과 한미연합훈련에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쏘아댄 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이다. 과거 같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
정부 대응은 강경 일변도다. 후보 때부터 선제타격을 언급하며 북한을 자극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3축 체계 용어를 부활시키며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냈다. 과거와는 달리 지대지미사일 사격, 공중무력시위, 정밀폭격훈련과 같은 방법으로 대응했다. NLL 이남 지역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NLL 이북 지점으로 공대지미사일을 사격하며 대응하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진일보한 형태의 한·미·일 군사훈련이었다. 과거 인도적 훈련이나 정보 공유에 그쳤던 데서 역사적 문제가 얽혀 있는 동해상에서의 요격 등 실제 작전적 요소가 포함된 군사훈련을 한·미·일 연합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북한은 도발 수위를 전혀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현무2 낙탄사고 등 웃지 못할 일이 발생되기도 했다. 한반도 정세와 북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일이 아닌가 한다.
◇위기의 한반도
“미국과 남조선은 (중략) 사상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번달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의 일부다.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대응해 발표한 담화지만 '미국과 남조선'을 '한반도'로만 바꾸면 최근 한반도 정세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활동하는 국방위원으로서 최근 상당한 우려가 있다. 바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제7차 핵실험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미 전술핵능력 확보를 주장하며 고체연료 미사일 확보에 열중하는 북한에 제7차 핵실험은 정치적 충격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정말로 우려하는 것은 북한과 한·미가 티키타카 식으로 주고받는 긴장 고조가 서북도서 또는 대한민국 모처, 모 부대에 대한 국지 도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온갖 풍랑 속에서도 지켜져 온 9·19 군사합의 상 완충구역을 아무렇지 않게 포격하는 북의 행태에서 국지 도발이 임박했음을 느끼는 것은 지나친 우려일까?
◇북한에 핵의 의미
더욱 큰 문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더욱 호전광이라거나 평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책적·외교적 수단이 오히려 평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반도 평화 구상에 앞서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북한에 핵은 수단이 아니라 김일성 시대부터 목적 그 자체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북한은 1950년 11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핵 사용 검토 발표, 1955년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배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등을 계기로 핵을 생명줄로 여기고 매달리게 된다. 1955년 4월 원자와 핵물리학 연구소 설치, 1956년 소련과의 핵협정 이후 수십년 동안 핵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단순히 무기체계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모두 다르다. 대표적인 게 미-중 갈등이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북한이 이달 2일 발사한 미사일 25발이 최대 7500만달러(약 167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루 만에 코로나19 발생 이전 북한의 연간 대중국 쌀 수입액과 비슷한 금액을 썼다는 것이다.
경제 제재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이 이렇게 큰 규모의 자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었을까. 중국을 가정하면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미국과 중국이 거세게 충돌하는 대만에서 극단적 상황이 펼쳐질 경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미국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옵션이다. 중국을 상대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중국의 대미 전략에 이용되는 북한과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형성된다.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축소판이 되는 셈이다. 위정자의 좁은 시야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더 큰 위협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정답은 자주국방, 한미동맹 그리고 대화
한반도 평화는 생존 그 자체이자 번영의 필수 조건이다. 단순히 북한 비핵화 주장이나 강경일변도 대응 또는 미국 따라가기가 능사는 아니다. 해법은 바로 자주국방과 한미동맹, 대화와 소통이다. 한반도를 미-중 갈등의 소전장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 실현이 필수다. 전작권 환수와 고위력 미사일 등 국군 전력의 대폭 확충이 수단임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 역시 강화하면서 한반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6·25전쟁 때 중공군을 만나서 휴전했고, 도널드 레이건은 악의 제국이라는 옛 소련을 만나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었다. 전쟁 중에도, 치열한 냉전 속에서도 이뤄진 소통이자 역사적 결실이다. 하물며 남북은 뿌리가 같은 상대다. 우리에게 북한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최대 위협 대상이자 같은 민족으로서 대화 상대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 국제관계 역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강온전략을 통한 위기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intoan429@gmail.com
○…안규백 의원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성균관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8~21대 국회의원직을 이어 오고 있으며, 상임위로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을 쌓고 있다. 민주당 전신인 평화민주당 공채 1기로 정치에 입문해서 원내수석부대표, 전략홍보본부장, 서울시당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조직2국장,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직을 지내기도 했다.
국회 활동을 하면서 해외 의회와의 친선 교류에도 힘썼다. 20대 국회에선 한·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친선협회장, 한·중 국회의원 외교협의회 부회장, 한·노르웨이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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