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이 제대로 쓰이는 세상...맞춤형 정책 플랫폼이 만든다

[스타트UP스토리]김유리안나 웰로 대표 "정책 데이터, 가치로 전달한다"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정부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창업 초기에는 정부지원사업만으로 3년을 버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지원금만 타 먹고 제대로 된 사업은 하지 않는 회사들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국고(國庫) 헌터(Hunter)'라고 부른다. 회사의 역량은 별 볼 일 없지만 그럴듯하게 제안서를 쓰고 발표도 잘해서 지원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받는 곳들을 일컫는다. 이를 대행해주는 전문 브로커들도 생겨났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정부의 지원사업 관리 절차와 규정은 점점 복잡해졌고, 오히려 전문 헌터나 브로커들에겐 더욱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정작 그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에는 진입 장벽이 높아져 도전을 포기하는 곳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고 헌터 문제도 결국 정보 불균형에서 온다. 그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정말 필요한 정책이 정말로 필요한 기업에 연결되도록 할 수 있다."

개인·기업 맞춤형 정책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웰로(Wello)'의 김유리안나 대표(27)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어떤 정책이나 지원사업을 내놨을 때 그것이 개인이나 기업에 제대로 갔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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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데이터 통해 개인과 기업을 더 좋은 길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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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라는 사명은 처음에는 '복지정책을 일반시민이 편하게 만나보게 하자'는 생각을 담아 복지(Welfare)와 안녕(Hello)의 합성어로 만들었다. 사업이 커지면서 '좋은(Well)'과 한자어 '길 로(路)'를 붙여 의미를 넓혔다. 개인과 기업을 더 좋은 길로 안내하겠다는 뜻이다.

김유리안나 대표는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해 실제 대상자가 이를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50% 미만으로 나타난다"며 "국가에서 정책을 많이 만들고 있음에도 정책을 인지하지 못해 신청을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웰로의 사업모델은 2가지다. 지난해 8월 출시한 개인형 정책 추천·신청 B2C 서비스 '웰로'와 지난 6월 B2B로 확장해 출시한 기업형 올인원 정책사업 통합솔루션 '웰로비즈'다.

웰로 서비스는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각종 기관에서 펼치는 정책을 개인이 입력한 프로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책을 추천해준다. 그동안 각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일일이 찾아야 했다면 웰로는 맞춤형 정책들이 '찾아오도록' 한다.

웰로의 누적 이용자는 68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톡을 통해 웰로의 알림을 받고 있는 적극적인 가입자도 12만명을 넘어섰다. 이용자에게는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며, 정부·지자체의 정책 홍보예산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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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비즈, 정책 추천·지원 넘어 컨설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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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로비즈는 B2B SaaS(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이다. 각 기업들은 웰로비즈를 구독함으로써 각종 세제 혜택이나 정책자금, 조달사업, 지원사업,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출시 4개월 만에 350여개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으며, 연내 1000여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웰로비즈를 통해 맞춤형 정책을 추천받고 바로 지원할 수 있는 기능에서 더 나아가 내년에는 전문가 코칭·컨설팅까지 이뤄지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웰로와 웰로비즈 모두 정책 데이터를 수집하는 소스는 동일하다. 공공 API를 스크래핑하는 기술을 통해 매일 46개 정부 부처, 지자체 593곳은 물론 민간기업의 CSR(사회적 책임경영) 정보까지 수집한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유효한 정책은 중앙부처만 10만개에 이른다.

자체적인 검수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검증하고 매주 1만건이 넘는 신규 정책 데이터를 추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2000여개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손을 잡고 스타트업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서비스로 웰로비즈를 고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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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 소외되지 않는 세상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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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안나 웰로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웰로는 개인(웰로)·기업(웰로비즈) 등 정책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넘어 '정책 데이터 통합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책 공급자(기관)를 대상으로 한 '웰로링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정책이 제대로 수요자에게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이 개인과 기업으로 선순환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웰로링크는 기관의 정책과 개인·기업을 더 효과적으로 연결·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로는 현재 KB금융그룹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에 선정돼 고객사 확대 등 여러 지원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연결해주려는 KB의 비전이 웰로와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데이터로 정책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 꿈나무(아동급식) 카드 효율화 프로젝트, 장애인 콜택시 배차개선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더 나아가 모든 정책이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웰로를 시작했다.

그는 "정책 데이터를 가치로 전달하는 기업이 되겠다. 상장(IPO)을 추진할 때 사회적 가치도 같이 인정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선순환 구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기업이 지금보다 더 편하게 정책을 마주하고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개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나아가 국가가 개인과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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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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