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재생에너지 100% 언제쯤?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인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 지구를 위한 케이팝)은 지난 9월 멜론, 지니뮤직, 플로, 바이브, 벅스 등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의 문을 두드렸다. 앞서 케이팝포플래닛은 이들 기업을 상대로 친환경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을 요구하는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에 참여 의사를 밝힌 케이팝 팬이 1만여명을 넘기자, 케이팝포플래닛은 팬들의 청원과 성명서를 각 기업에 전달했다.
이 캠페인의 골자는 ‘음악 스트리밍도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기업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것이다. 2019년 카일 디바인과 맷 브레넌의 공동 연구를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이 시디(CD)와 엘피(LP) 못지않게 지구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물 앨범 시대에서 스트리밍 시대로 넘어간 뒤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어든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로 음악을 저장·처리하는 전력 사용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기업인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애플뮤직이 수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이유다.
케이팝포플래닛은 글로벌 업체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더딘 국내 음원 서비스들을 상대로 다음 조치들을 요구했다. △재생에너지 100% 음원파일 상품 출시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율 공개 △203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 계획 등이다. 기업들은 어떤 답변을 내놨을까?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팝포플래닛이 청원·성명서를 전달한 5곳 가운데 답변을 보낸 곳은 네이버(바이브 운영)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운영) 2곳이다. 드림어스컴퍼니(플로 운영)는 케이팝포플래닛이 청원·성명서를 전달하기 전에 케이팝포플래닛 쪽에 입장을 전했으며, 그 뒤에는 응답이 없었다. 케이팝포플래닛의 청원에 응답하지 않은 지니뮤직, 플로, 벅스 쪽의 입장은 <한겨레>가 따로 듣고 취합했다.
먼저, 5곳 모두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케이팝포플래닛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벅스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벅스는 <한겨레>에 “(케이팝포플래닛의 청원·성명서와 관련한) 담당자를 확인한 후 전달하는 과정이 일부 늦어졌지만, 현재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논의하며 답변을 준비 중인 단계”라며, “친환경에 대한 목소리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케이팝포플래닛에 “(케이팝포플래닛의) 우려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전지구적 차원의 기후 행동에 동참해달라는 요청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명확하게 밝힌 곳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운영), 네이버(바이브 운영), 케이티(KT, 지니뮤직 모회사), 드림어스컴퍼니(플로 운영) 4곳이었다. 이 가운데 멜론, 바이브, 지니뮤직은 모두 모회사인 카카오, 네이버, 케이티의 아르이100(RE100) 가입 또는 가입 계획에 자회사로서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아르이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글로벌 캠페인이다. 케이티 쪽은 <한겨레>에 “지난 6월 아르이100에 가입한 뒤 실행 계획을 수립 중이며, 전 그룹사 동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자회사·계열사 차원의 실행 계획까지는 진척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제 캠페인 아르이100이나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은 2050년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보다 10년을 당겨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쪽은 “네이버의 엔터 서비스인 바이브와 나우(NOW)도 네이버의 이러한 로드맵에 의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멜론 운영) 쪽은 “카카오 공동체 차원의 이에스지(ESG) 계획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클라우드 이전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드림어스컴퍼니(플로 운영) 쪽은 “지난 7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로 데이터센터를 전면 이전했다.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는 에너지 소비 및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산출했으며, 2030년까지 운영 방식을 100% 재생 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플로는 아마존웹서비스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계획에 맞춰 2030년에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이룬다는 의미다.
엔에이치엔벅스는 명확한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나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엔에이치엔벅스 쪽은 “엔에이치엔의 데이터센터(NCC1)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센터는 친환경·고효율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며, “최근 엔에이치엔은 환경·에너지경영 시스템 국제 표준 규격인 아이에스오(ISO) 14001과 아이에스오 50001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고 전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부분은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케이팝포플래닛 이다연 캠페이너는 이러한 기업들 답변에 대해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만 발표해 글로벌 기업들보다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케이티 등은 자사 에너지 사용 계획은 구체적이지만 엔터 서비스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데이터센터 전력사용량 증가 속도 등에 견주면 재생에너지 도입은 너무나 더디다”고 말했다.
이 캠페이너는 또한 “플로가 데이터센터를 이전해 2030년부터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다는 건 케이팝 팬들과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게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업이 어떤 기후행동에 동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동아 네이버 이에스지 이사는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위해) 사옥 및 데이터센터(IDC)에 대한 재생에너지 확보를 지속적으로 이행 중이나, 국내 재생에너지의 생산 및 공급 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안정적인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사용이 우리나라 전체에 확대되도록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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