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상대한 김단비, '역대급' 긴장을 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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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눈 깜빡 하지 않고 상대팀 골밑을 파고 들거나 외곽에서 동점 혹은 역전을 일궈내는 슛을, 그것도 국내외 무대에서 10년 넘게 숱하게 꽂아 넣으며 소속팀과 국가대표의 에이스 역할을 도맡은 '강심장'의 대명사 김단비(32)도 역시 친정팀을 상대하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김단비는 자신이 데뷔했고 무려 15년을 함께 했던 신한은행을 떠나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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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눈치 채셨어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눈 깜빡 하지 않고 상대팀 골밑을 파고 들거나 외곽에서 동점 혹은 역전을 일궈내는 슛을, 그것도 국내외 무대에서 10년 넘게 숱하게 꽂아 넣으며 소속팀과 국가대표의 에이스 역할을 도맡은 '강심장'의 대명사 김단비(32)도 역시 친정팀을 상대하는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김단비는 자신이 데뷔했고 무려 15년을 함께 했던 신한은행을 떠나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했다. 신한은행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의 이적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란', 그 자체였다.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시기, 어느 팀이든 최고의 연봉을 약속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그를 강하게 이끈 것은 10년간의 '들러리'를 끝내고 다시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김단비는 2007~2008시즌 데뷔 이후 5시즌 동안 임달식 감독, 그리고 현재 우리은행 감독과 코치를 맡고 있는 위성우 전주원 당시 코치와 통합 5연패를 맛봤지만, 이후 우리은행과 KB스타즈라는 양강 구도에 막혀 더 이상 정상에 자리에 서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팀은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등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단비은행', '소녀가장'이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은 팀의 공수를 거의 전담해야 했던 김단비의 무게감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전성기라는 변곡점을 찍는 시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비슷한 처지였지만, 자신보다 4년 후배인 강이슬이 지난 시즌 FA로 하나원큐를 떠나 KB스타즈로 이적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도 큰 자극제가 됐다.
하지만 7일 홈인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신한은행을 만난 김단비는 결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이미 전날부터 김단비의 긴장감을 눈치채고, 다른 선수들에게 이날 김단비의 몫까지 해줘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할 정도였다. 점프볼을 하기 위해 코트에 가장 먼저 들어서면서 지난해까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했지만 어색한 티가 역력했다.
이는 경기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특유의 장기인 골밑 돌파나 포스트업은 거의 없었고, 3점슛을 쏘거나 동료들에게 패스를 전달하는 역할에 훨씬 치중했다. 전반 9득점에 불과하고 후반엔 아예 득점이 없었다. 13개의 2점슛을 쏘았지만, 3개밖에 넣지 못할 정도로 슛 감각도 저조했을 뿐 아니라 가능하면 몸싸움을 피하려다 보니 슛 로케이션도 좋지 않았고 자유투 단 1개도 얻지 못할 정도였다. 9득점-8리바운드-8어시스트로 기록상으로는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고른 활약이었지만, 이적 후 치른 앞선 2경기에서 각각 본인 최다 득점(33점)과 통산 5번째 트리블 더블을 기록할 정도로 펄펄 날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왜 그렇게 긴장을 했냐"는 물음에 김단비는 "앗 눈치를 채셨군요"라며 미소가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김단비는 "진짜 '역대급' 긴장이었다. 경기가 끝난 지금에서야 풀렸을 정도다. 이런 경험은 농구하면서 처음"이라며 "만감이 교차했다. 슛을 쏠 때는 힘이 들어가니 성공이 안되고, 몸싸움을 해야 할 때는 힘을 줄 수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아산 홈경기였기 망정이지 만약 신한은행의 홈인 인천이었다면 못 뛰겠다고 하고 도망갔을 것이다. 내 역할까지 해준 동료 덕에 다행히 버틸 수 있었다"며 "이제 첫 경기를 했으니 긴장을 풀고 다음 맞대결부터는 제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단비는 "위 감독님이 '나는 너 믿는다'라고 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됐다"며 "(유)승희가 인천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주면서 블록슛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해버렸다. 그래서 미안하긴 하다"며 또 다시 웃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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