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빌런' 취급 당하는 이란,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

김태석 기자 2022. 11. 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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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정치적·인권적·외교적 논란 때문에 주목받는 팀이 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외부에서는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란은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카타르 월드컵의 '빌런' 취급 받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성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른바 '도덕 경찰'에 체포되어 구타 끝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후, 현재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 시위에 사르다르 아즈문 등 이란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들이 정부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발언을 하는 등 시끄러운 잡음이 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UAE 두바이에서 폐막한 2022 에미레이츠 인터콘티넨털 비치 사커 컵 이후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란 비치사커 대표팀이 역시 최강자로 평가받는 브라질을 결승서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데, 이 경기 이후 논란이 발생했다.

CNN에 따르면, 당시 이란 비치사커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국가 제창을 하지 않았으며, 득점에 성공한 사에드 피라문은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듯한 골 세리머니를 하며 이란 여성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자 이란축구협회(FFIRI)가 "프로 스포츠 윤리를 따르지 않는 선수들은 규정대로 처벌받을 것이다. 이란의 규정과 올림픽 윤리 강령, FIFA 규정에 따라 스포츠 분야에서 정치적 행위를 피해야 한다"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선수단이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취재진이 몰리자 문답 자체를 철저히 틀어막으며 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란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처벌하려는 근거는 선수들의 정치적 행위 금지 규정에 있다. 어떠한 메시지든 이러한 메시지를 발현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규정이다. 하지만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인권 문제도 맞닿아 있다 보니 외부 세계의 시선이 결코 곱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이미 아즈문이 활약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아즈문의 공개 소신 발언에 지지한다는 반응이 가득하며, 우크라이나는 이란의 이번 시위를 근거삼아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란의 카타르 월드컵 출전은 부당하다며 출전권 박탈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란의 우크라이나 항공 미사일 격추사건과 현재 전쟁 중인 러시아를 이란이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서로 상당히 좋지 못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외부에서 이란의 월드컵 출전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이란 선수들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어떠한 정치적 제스쳐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대회 전부터 아즈문의 공개 발언이 이란 소셜 미디어상에서 강제 삭제당하는가 하면, 아즈문과 마찬가지로 시위에 지지 의사를 보인 레전드 알리 다에이는 심지어 체포까지 됐다. 아미니 시위와 관련하여 정치적 메시지를 입 밖에 냈다가는 험한 대우를 받을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래도 이란 선수들이 뜻을 굽힐지는 의문이다. 과거 2009년 6월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원정 때 이란 선수들이 녹색 띠를 손목에 두르고 경기를 치른 바 있다. 이란 대선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하자 자신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뜻에서 야당 후보의 상징색을 조직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심지어 이란 팬들도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벌인 이 시위에 동참했다.

같은 장면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이 축구 실력이 아닌 다른 이슈로 주목받게 된다면, 이란 현 정부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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