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책임 규명해야 재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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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았다.
참사가 있었던 폭 3.2m, 길이 40m의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길은 정말 좁았다.
다시 추모 공간으로 돌아와 짧은 묵념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좁은 골목길에 수백 명이 깔려 있었다고? 경찰은 뭐 했어? (미리 일방통행으로) 골목에 못 들어오게 막았어야지"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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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부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5일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았다. 참사가 있었던 폭 3.2m, 길이 40m의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길은 정말 좁았다. 사고 현장 북쪽 문제의 T자형 골목으로 가보니, 경찰 2명이 통제선을 지키고 있었다. 식당과 클럽이 밀집한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일주일 전 그토록 많은 인파가 시끄러운 음악 속에 아비규환을 이룬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깜깜하고 고요했다. 다시 추모 공간으로 돌아와 짧은 묵념을 하고 있는데 “저렇게 좁은 골목길에 수백 명이 깔려 있었다고? 경찰은 뭐 했어? (미리 일방통행으로) 골목에 못 들어오게 막았어야지”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지난주 벌어진 상황은 이 말 그대로였다. 처음엔 다들 ‘주최자 없는 비공식 행사’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참사 사흘 전인 10월 26일 열린 용산구청·용산경찰서·상인연합회 등 4자 회의에서 안전관리대책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 31일 본보 보도로 알려졌다.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1일에는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10시 11분까지 압사 위험을 경고한 112신고가 11차례나 있었다고 경찰이 뒤늦게 실토했다. 이후 ‘대형 사고 일보 직전’ ‘신속한 인원 통제 필요’ 등 당시 긴박한 시민들의 요구가 묵살된 이유가 밝혀졌다. 경력 투입 권한을 가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게 첫 보고를 받아 사태를 파악한 시점이 사고 이후 1시간 21분이 지난 11시 36분이라는 사실을 본보가 2일 단독 보도하면서다. 현장에 있던 용산서 경찰관이 상황의 심각함을 인지하고 7시 30분∼8시 용산서에 교통기동대 20명 차출을 요청했으나 집회 대응을 이유로 거절당한 사실도 본보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제천 캠핑장에서 지각 보고를 받은 윤희근 경찰청장, 삼각지역 집회 대응 뒤 관용차 안에서 1시간여를 보내고 11시 넘어 현장에 도착한 이임재 전 서장 등의 행보가 주말 사이 새로 밝혀졌다. 늑장 보고에 따른 지휘체계 붕괴, 참사 뒤 1시간 지나 현장에 배치된 기동대, 소방과의 공조 미흡 등 총체적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1차적 현장 책임자인 용산서장의 상황 판단 미스와 지휘부에 대한 보고 지연으로 사고 방지도, 적절한 초기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도 줄줄이 놓쳤다는 점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산서 정보과가 작성한 안전사고 위험 우려를 담은 보고서가 무시된 경위, 현장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전말이 밝혀져야 한다. 그에 따라 책임질 사람들도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국민이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면 국정조사나 특검 논의도 미룰 수 없다. 진상과 책임이 규명돼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사회적 갈등과 정쟁으로 물들었던 세월호 참사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반복되게 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사랑합니다.’ 국민의 깊은 슬픔을 대변하는 이 추모 메모에 정부와 정치권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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