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부산 ‘묻지마 폭행’ 피해 여성의 호소

한윤종 2022. 11. 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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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했다며 '심신미약' 주장한 가해자에 1심서 살인미수 등 유죄 판단해 징역 12년 선고
 
지난 5월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에서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가한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피애 여성은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앞서 30대 남성 B씨는 지난 5월22일 오전 5시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버스킹을 하고 귀가하던 A씨를 길에서 지나쳤다. 당시 B씨는 A씨가 자신을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이유로 인적이 드문 새벽 A씨의 오피스텔 엘리베이터까지 뒤쫓아갔다.

A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벽에 기댄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그때 B씨가 발로 A씨의 머리를 돌려찼다. B씨는 경호업체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A씨가 쓰러진 뒤에도 5차례나 더 발로 폭행했고,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오피스텔 복도에 내버려두고 도주했다.

A씨는 오피스텔 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약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 내출혈과 오른쪽 발목의 완전 마비 등의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이 글에서 "저는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로 (사건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며 "수사기관의 CCTV 조사를 확인해보니 당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폰을 하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모르는 사람에게 구타를 당해 머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리에 마비가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피스텔) 입구 CCTV를 보며 들어온 범인은 엘리베이터 앞에도 CCTV가 있는 것을 보고 사각지대로 끌고 갔다"며 "쓰러진 뒤 범인은 머리를 때리다가 신고를 막기 위해 제 폰을 빼앗았다"고 했다.

B씨는 도주 후 자신의 여자 친구 C씨의 집에 숨었다. 그러다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C씨는 B씨를 창문 밖으로 도망가게 하고, 경찰에는 B씨를 자신의 지인이라고 속여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경찰 수사 끝에 붙잡힌 B씨는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부산지법 형사 6부는 지난 10월28일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B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형 집행 종료일로부터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B씨가 대체로 범행 사실을 인정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하지만 A씨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고 호소한다.

B씨는 2014년 강도상해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년 전에는 공동주거 침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과자이며, 이번 범행은 출소 후 누범 기간 중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B씨의 재범 위험도가 높게 나온 점도 우려된다는 게 A씨 전언이다. 성인 재 범위험성 평가 결과 그는 '높음' 수준으로 분류됐다고 한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을 때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언니로부터 들었다"며 "또 수사 관계자로부터 (범인이) 여자 친구 폰으로 한 검색 결과에 '서면 살인미수', '서면 강간', '서면 강간미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B씨가 여자 친구(C씨)가 면회를 오지 않고 헤어지자 했을 때 여러 차례 협박편지를 보냈다고 하더라"며 "자신이 C씨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며 '너는 내 손 안'이라고 협박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달이 지나 (다리에) 마비가 풀렸다”며 “의사 선생님도 지금 상태가 기적이라고 말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아울러 "여전히 길을 걸을 때 뒤를 돌아보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2시간 만에 깬다”며 “그런데도 범인은 12년 뒤 출소한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피해자인 저는 모든 상황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조여온다”고 호소했다.

B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양형 부당으로 쌍방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이 부산에서 또다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월1일 오전 2시38분쯤 한 30대 남성이 부산진구의 한 주차장 앞을 지나가던 피해자를 강제추행하려고 마음먹고 얼굴을 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범행 장소는 B씨의 폭행 사건이 있었던 서면 인근 전포동에서 발생했다. 당시 피해자가 소리를 치며 도망가 추행은 미수에 그쳤지만, 피해자는 전치 3주의 코뼈 골절상을 입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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