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채안펀드, 18일까지 2250억원 집행…SPC 통해 저신용 ABCP 매입키로
중소 증권사 PF ABCP 숨통
추가 투입은 투자 협의회 통해 결정키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9개 대형 증권사가 참여하는 제2 채권안정펀드(중소형사 ABCP 매입 프로그램)가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4500억원 규모로 조성돼 오는 18일까지 그 절반 규모가 집행된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사태 여파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처하자 대형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제2 채안펀드 출자에 잠정 합의했고 이를 조속한 시일 내에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집행되는 2250억원의 자금은 신용등급 A2- 이상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물에 투자된다. 중소형 증권사가 신용·유동성 공여한 ABCP를 SPC에 매입 요청하면 심사를 거쳐 투자를 집행한다.
8일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9개 대형 증권사는 이런 내용의 제2 채안펀드 설립을 위한 SPC 설립 방안을 확정했다. 대상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KB증권(KB금융), 메리츠증권, 하나증권(하나금융지주), 신한투자증권(신한지주), 키움증권 등이다.
9개 증권사는 각사별로 500억원을 2회에 걸쳐 나눠 SPC에 출자한다. 첫번째 출자는 오는 10일까지 이뤄지고 SPC도 이날 설립된다. SPC는 출자한 증권사 중 일부 공동 대표 주관사와 9개사가 모두 참여하는 투자 협의회를 통해 투자 대상 채권의 담보 수준 등 세부 기준을 점검한 후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금투협회를 중심으로 3곳 가량의 공동 대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차 납입분 2250억원은 A2- 신용등급 이상 PF ABCP 차환에 사용될 계획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 차환 발행이 어려운 곳은 SPC에 채권 매입을 요청하고 공동 대표 주관사가 담보 등을 심사해 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증권사 중에는 배임 이슈가 있어 중소형사의 채권에 자사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꺼려왔는데 이 때문에 SPC에서 중소 증권사의 ABCP를 사올 때 시장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ABCP 투자로 SPC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줄어들어 배임 논란도 거의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SPC는 1차 투자 집행 후 투자 실적과 보완 필요사항 등을 검토해 투자 대상 채권 확대 여부 등을 다시 정할 계획이다. 또 투자 기준에서 벗어난 예외적 상황이 발생하면 SPC 주관회사가 9개사가 모두 참여하는 투자 협의회를 소집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대형 증권사들이 배임 논란에도 SPC 출자를 빠르게 결정한 것은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을 계기로 내년부터 PF 시장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강화해 금융투자회사들의 사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저신용등급 PF ABCP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최고신용등급인 A1등급의 채권에만 투자하기로 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저신용등급 채권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선 증권사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입장이 정부 방침으로 굳어졌고 정부는 대형 증권사들이 갹출을 해서라도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업계에 전달했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증권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정부 보고 다 해결하라는 건 맞지 않는다”라며 증권사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의 단기자금 시장 경색은 강원도의 부실한 레고랜드 대응, 한전채, 은행채의 과잉 등 복합적인 문제가 생겨 발생한 문제인데 마치 모두 증권사들이 욕심을 부려 부실 PF 채권을 취급했기 때문에 생긴 일처럼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년부터 정부가 PF 규제를 강화해 업계의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회사들이 많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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