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G선상의 ‘이태원’

2022. 11. 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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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됐다.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인 빈필은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G선상의 아리아가 이태원 희생자를 위한 위로였다면, 비엔나왈츠는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였다.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거리 응원을 취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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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시작됐다. 세계 최정상 교향악단인 빈필은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연주회 시작 직전 다니엘 프로샤워 제1 바이올린 수석이 무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태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G선상의 아리아’를 먼저 연주하겠습니다. 박수는 치지 말아 주세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현악기만으로 연주가 시작됐다. 원래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지만,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청중은 저절로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2020년 역사가이자 음악가인 존 엘리엇 가디너가 발간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전기 한국판 제목은 ‘천상의 음악’이다. 빈필의 G선상의 아리아는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희생자들의 억울하고 슬픈 영혼을 보듬어 하늘로 데려가는 느낌을 줬다. 연주가 끝나고, 거짓말처럼 2500명이나 되는 만원 청중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 상태로 모든 연주자와 청중은 1분간 묵념을 이어갔다. 예술이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였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방식이 음악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재난과 참사를 어떻게든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추모 대회를 가장한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내각 총사퇴가 거론되고, 앞으로 2년간 정치 이슈로 삼겠다는 속셈도 드러낸다.

2시간에 걸친 빈필의 공연이 끝나고 이번에는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음악은 우리에게 위로도 되지만, 삶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면서 ‘비엔나왈츠’를 한 곡 더 연주하겠다고 했다. G선상의 아리아가 이태원 희생자를 위한 위로였다면, 비엔나왈츠는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였다.

희생자를 애도하는 한편, 벨저 뫼스트의 제안처럼 미래를 위한 희망의 노래도 불러야 한다. 분열적·갈등적 정치 선동에 굴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카타르월드컵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여파로 거리 응원을 취소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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