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용바위 ‘알통자랑’...고흥에 가면 힘이 불끈
8개 연쇄 거대바위산, 팔영산 당찬 위용
용의전설 담긴 신비로운 암석 영남 용바위
유자·굴향·삼치맛과 함께 석류에 입호강
선사~현대 관람·체험 분청문화박물관
레스링 제왕 김일·복싱 챔피언 유제두·유럽축구 호령한 박지성, 우주선 나로호의 고향,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의 제2고향 고흥이 몇 해 전 힘 자랑을 잠시 접고 쑥섬 꽃자랑을 했다.
이번엔 K팝 트로트 부문 여제 송가인을 초빙해 유자, 석류, 굴, 삼치를 자랑한다. 고흥와서 힘자랑, 꽃자랑 말라는 얘기에 이어 맛자랑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아울러 조정래 문학인 가족, ‘태백산맥 패밀리’의 1200여 작품 속 문학혼, 청자-백자를 이어준 제3의 아르누보 생활예술 분청사기로 우아함을 뽐냈다.
8개 큰바위 봉우리가 연쇄적으로 붙어 철통방어를 자랑하는 국립공원 팔영산, 용이 발톱으로 바위를 긁어 승천했다는 용바위와 우주발사전망대의 위용을 과시하며, 여전히 “고흥에선 힘자랑 하지 마시라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라는 점을 일깨운다.
고흥 왔으니, ‘힘’ 얘기부터 안할 수가 없다. 고흥이 낳은 세계챔피언들, 노벨상 후보 천사들의 파워는 이미 국민들이 잘 안다. 이번엔 팔영산과 용바위가 예사롭지 않은 근육 알통을 내밀었다.
▶김정호가 승격시킨 팔영의 위엄=박지성 탄생지인 점암면의 팔영산은 8개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현장 탐사를 마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는 단순한 묘사에 그친 이 산 이름을 지우고, 신령스럽다는 뜻을 넣어 ‘八靈’이라 쓴다. 능가사 대웅전 동편 처마에 서서 팔영산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산꼭대기 여덟개 방패의 위용이 당차다. 봉우리는 여덟개, 얼굴은 천 개. 등산 지점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고, 백댄서 기암괴석들이 등산로변에 지천이다. 정상에 서면, 발 아래 다도해의 장관이 천촌만락 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 대마도도 보인다.
팔영산 아래엔 대웅전과 동종(범종)이 국가 보물인 능가사가 있다. 조선 숙종때 만들어진 범종은 한면 울리면 고을 전체에 퍼졌다는데, 일본 헌병이 관아로 가져가 쳐봤더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자연 치유를 위한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둔 팔영산 편백숲은 488㏊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이고, 사람이 다니도록 단장한 숲길만 해도 20~30리길이다. 꽃밭길, 나무로된 팬션, 대나무 숲벽, 빼곡이 들어찬 편백, 명상쉼터, 풍욕장, 명상데크 서낭당 등이 차례로 건강여행객을 맞는다.
치유의 숲 ‘테라피센터’에서는 고흥의 특산물인 유자, 석류,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수에 몸을 담그고 쉴 수 있는 수(水) 치유, 족욕, 반신욕을 즐긴다. 야외공연장과 숲속놀이터도 있다.
▶영남 용바위=나로호 발사 장면을 직선거리 17㎞ 지점에서 볼수 있는 유일한 지점,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엔 거대 용이 승천하려고 시동을 걸던 발톱자국이 요란하다. 호남의 ‘영남 용바위’이다.
해변 120m 높이의 용바위는 반석과 암벽 모두 매력적이다. 공룡 발자국 화석이 군데군데 남아있는 바위산책로엔 웅덩이가 여행자의 건강 트레킹을 비추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천일염이 태양빛을 반사시킨다.
먼 옛날 류시인이 싸우는 두 용(龍) 중에 ‘악의 축’ 한마리를 제압해, 선한 용이 이 곳을 발판 삼아 잘 승천하도록 도왔다는 전설이 있다. 두 줄로 난 거대 바위 스크래치는 용의 발톱자국이며, 승천한 용은 마을 수호바위를 만들어주었고,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풍어를 기원하며 액운을 막았다고 한다.
용 조형물을 세워놓은 해변의 큰 바위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질현상의 흔적과 화석들을 산책한다는 점에서 세계지질공원인 제주 용머리 해안을 빼닮았다. 넓은 반석들이 많아 여행자가 쉬기도 좋고, 낚시꾼들도 여럿 눈에 띈다.
용바위와 해안 절벽산책길로 2㎞ 남짓 이어진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실제 발사지점보다 15㎞ 북쪽 해안에 있는데, 발사장면을 보는 유일한 곳이다. 용(우주선)이 승천하는 것, 아무나 보는게 아니다.
지하1층, 지상7층인 우주발사전망대에선 러시아 떠돌이 개 ‘라이카’ 조각상이 눈에 띈다. 19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 2호에 탄 라이카는 발사한지 몇 시간 만에 극심한 고열과 스트레스로 숨졌다. 이제 라이카를 한국인들이 건사해 고흥의 높은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2022 고흥유자석류축제=11월 고흥의 정취는 유자향, 굴향, 삼치맛과 함께 더욱 무르익는다. 오는 10~13일 풍양면 한동리 일원에서 유자축제가 열린다. 유자는 고흥이 전국 최고의 유자 생산량과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대표 특산물이다. 한국과 중국, 두 왕실에 진상했다고 한다.
고흥의 유자는 다른 지방의 것보다 향과 당도, 그 맛이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유자는 비타민C가 귤의 3배 정도 들어 있어 구연산이 풍부하며 피로회복과 소화액의 분비촉진에 좋다. 면역력에 도움을 주니 감기에 잘 안걸린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는 풍양면 양리마을의 유자 금은보화 둘레길과 대청마을의 대한민국유자1번지 길은 산책하기에 좋은 걷기여행길이기도 하다.
개막식에는 국민가수 송가인이 무대에 오른다. 12일에는 제1회 고흥9미 전국요리 경연대회도 함께 열린다. 부대행사로 9미 도시락 체험, 농특산물 퓨전요리체험, 수산물 밀키트 요리 체험, 유자 석류 브랜드빵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운영된다.
풍양면 한동리 고흥유자공원은 전망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도 있는 건강놀이터이고, 입구 쪽에 유자공원 특산품 전시판매장도 있다. 생과, 유자쥬스, 유자청 등을 싸게 내놓는다고 한다.
▶석류와 분청=석류 역시 고흥이 최대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70% 가까이 차지한다. 석류는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알려졌으며, 수용성 비타민B1, B2와 무기질, 칼륨 등이 풍부해 인기다. 석류는 10월초부터 보름 사이에 수확이 끝난다. 국내산 석류의 대부분이 고흥에서 생산되지만, 그 양은 200~300t 정도로 많지 않다.
국내 최대 규모의 분청사기 가마터인 사적 제519호 운대리 가마터에 자리잡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흥의 모든 역사문화자원을 전시, 관람, 체험할 수 있다.
이 박물관엔 남양면 망주리 출신의 시조시인-승려-독립운동가 조종현 선생과 그의 아들 조정래, 조정래 작가의 부인 김초혜 등 ‘태백산맥 패밀리’의 문학관도 갖추고 있다. 세 문학거두의 작품 1274점을 마음으로 흡입한다.
고흥에선 예술섬 연홍도, 둘레길·생태숲이 건강하고 거금을 번다는 거금도, 도경수·김소현이 영화 ‘순정’을 촬영한 노을맛집 중산마을, 하루 두번 모세의 길이 열리는 남양리 우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고흥에 놀러가면 힘 좋은 이곳 출신 스포츠스타들의 파워를 얻는듯 하고, 예술·문학혼을 흡입하면서 우리네 서정도 두툼해지는 느낌이다. 건강미식도 풍부해 여러모로 힘과 자신감을 얻고 가는 고을, 바로 고흥이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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