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금리상승까지…곳간 바닥날라 기업들 초비상
반도체·철강·해운·석유화학 우울한 실적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4분기가 더 우울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그동안 기업이 쌓아둔 현금이 금세 바닥이 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삼성과 SK, 롯데, 한화 등 대기업도 채권 발행 시 연 6~7%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금리상승으로 자금 융통방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사모사채 300억원어치를 연 7.05% 금리로 발행한 바 있다. 지난 4월 사모사채 200억원어치를 연 4.3%에 찍은 것과 비교하면 6개월 새 조달금리가 2.75%포인트 치솟은 것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또한 지난달 사모사채 200억원어치를 연 7.08%에 발행했다.
SK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 SK렌터카는 지난달 사모사채 100억원어치를 연 6.95%, 연 7.0% 금리로 두 번 발행했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자 기업어음(CP) 발행에도 나섰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3년물과 5년물 등 장기 CP를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한다. SK㈜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기업의 자금 조달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글로벌 경기 악화로 기업의 실적까지 악화되자 내년 기업의 자금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 감소로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이익은 9조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순이익은 1조1027억원으로, 같은 기간 66.7% 줄었다. 문제는 반도체업황이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분기 8조원대를 기록할 경우 지난해 1분기(9조38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10조원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1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2195억원)와 비교하면 겨우 적자를 피한 수준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29조원, SK하이닉스는 7조2100억원이다. 메모리반도체 호황 시절 쌓아둔 현금 덕에 실적 악화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는 적지만 해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내년 설비투자를 절반 이하로 낮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철강업계는 세계 경제침체의 여파가 3분기부터 반영되며 전반적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 주력 기업인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침수와 시황 부진 영향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92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줄어든 수치다. 순이익 역시 5920억원에 머무는 등 2021년 3분기(2조6280억원)의 22% 수준이다. 4분기 역시 침수복구비용 3000억원이 반영되는 데다 철강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높은 운임 수혜를 입었던 해운업계도 세계 경기침체의 파고에 직면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2000 이하로 하락하고 연료비는 급등한 탓이다. 최대 국적 선사인 HMM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가량 줄어든 2조477억원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조65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 호황기 기간 쌓아둔 현금성 자산(2분기 기준)이 3조4338억원에 이르지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우려로 안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더해지면서 3분기 적자로 돌아선 정유사도 나왔다. S-OIL은 3분기 11조1226억원의 매출과 5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3% 급감했다. 여기에 당기순이익은 5200억원가량의 환비용이 발생되면서 9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호연·김성미·주소현 기자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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