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마지막 샷은 홋카이도에서[여행]
“아 넓다. 골프는 역시 이런 곳에서 해야 마음껏 지르지.”
더노스컨트리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필드는 넓고 넓었다. 한쪽 벽이 통창으로 된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보니 광활한 평야에 자리한 필드의 18홀이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 널찍한 홀들은 언뜻 보기엔 힘껏 스윙만 하면 공략이 될 것 같아 보였다.
안타깝게도 골프클럽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이곳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세가사미컵(총상금 1억8000만 엔) 대회가 열리는 구장이다. 일본의 레전드 골프 선수였던 아오키 이사오(일본 골프투어 회장)가 직접 설계한 코스다. 프로 대회를 치를 만큼 결코 만만하지 않은 코스란 뜻이다.
요시히사 미야카와 세가사미 골프엔터테인먼트 과장은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자작나무와 소나무로 조경된 이 골프장에는 호수 8개나 있다”며 “미국 오거스타의 화려함과 영국 세인트앤드루스와 같은 터프함을 겸비한 도전적인 코스”라고 말했다.
세가사미 골프엔터테인먼트는 일본 게임 회사 세가의 자회사다. 게임 회사다운 ‘창의력’ 때문인지 그런지 독특한 로컬룰이 있다. 아웃코스 7번 홀의 대형 벙커에는 홋카이도 지도 모양의 꽃밭이 조성돼 있다. 이 꽃밭 위로 공이 떨어지면 무벌타로 그린 주변에 옮겨 놓고 칠 수 있다.
해발 1980m의 요테이산이 한눈에
워낙 가까이 있어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본은 생각보다 큰 나라다. 홋카이도만 해도 면적이 한국 국토 면적의 80%에 달한다. 반면 인구는 500만 명이다. 그마저도 200만 명이 홋카이도의 주도인 삿포로에 모여 산다. 홋카이도가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것은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다. 삿포로가 바둑판 모양의 계획 도시인 이유다. 인구가 적고 역사는 짧고 땅은 넓으니 당연히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하나조노 골프클럽은 더노스컨트리 골프클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홋카이도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코스였다. 울창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코스 주변을 두르고 있어 숲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한국의 골프장들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예쁘고 정갈한 ‘일본 맛’이 짙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골프장의 1번 홀은 절대 다른 지역에선 흉내 낼 수 없다. 해발 1980m에 달하는 ‘북쪽의 후지산’ 요테이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샷을 날릴 수 있다.
하나조노 골프클럽은 삿포로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니세코 지역에 있다. 니세코 지역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저 스포츠의 밀집지다. 골프는 물론이고 래프팅·카약·하이킹·낚시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엔 스키를 타기 위해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 때문에 요테이산을 중심으로 세쓰 니세코, 샬레 아이비, 샤트리움 같은 유명 호텔과 리조트들도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니세코 지역 호텔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다 보니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본들이 이곳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일본 자본의 호텔과 글로벌 자본 호텔이 각각 일대일 비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사 중인 대형 리조트 시설을 가리키며 “현재 한국의 한화그룹에서 짓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화의 리조트가 완공되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곳의 이름이 더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내에만 골프장 220여 개 있어
홋카이도에는 골프장 220여 개가 있다. 주로 삿포로를 중심으로 있다. 치토세 공항과 삿포로의 거리는 차로 40분 정도다. 그러니 웬만한 골프장들은 공항에서 한두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홋카이도 골프장의 장점은 역시나 자연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이 양잔디를 깐 깔끔한 페어웨이와 산·호수를 바라보는 자연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안타까운 점은 홋카이도의 골프장은 11월 중순이면 문을 닫아 이듬해 4월 초순에나 문을 연다는 것이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홋카이도의 첫눈은 10월 하순쯤에 내린다. 12월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해 3월 말까지 눈이 쌓여 있다. 강설량도 많아 연평균 약 6m에 달한다. 세계의 스키 마니아들이 몰려드는 이유다.
치토세 공항 주변 대중제 골프장인 츠키사푸 골프클럽에 도착하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장관이 펼쳐졌다. 어림잡아 300~400여 명의 달하는 골퍼들이 거대한 클럽하우스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골프가 더 대중화돼 있다. 그만큼 가격도 싸다. 홋카이도 골프장의 그린피는 평균 평일 6만∼8만원, 주말 8만∼11만원 정도(카트 포함)다. 일본의 대중제 골프장엔 캐디가 없는 게 기본이다. 그래서 그 많은 골퍼들이 클럽하우스 내·외부를 오가며 스코어 카드를 기록하고 장비를 직접 챙기느라 분주했던 것이다.
회원제인 타키노 컨트리 클럽은 츠키사푸 골프클럽과 달리 고요했다. 1973년 문을 열어 홋카이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을 가진 이곳은 아담한 클럽하우스와 점잖은 분위기가 돋보였다. 당연 이곳은 캐디도 있다. 평일에 11만∼12만원, 주말에는 18만∼20만원 수준의 그린피를 내야 한다. 일본의 골프장은 한국과 달리 카트는 물론 캐디피까지 모두 그린피에 포함돼 있다. 캐디가 함께해도 한국보다 저렴하다는 뜻이다.
홋카이도 관광청 관계자는 “삿포로와 니세코 지역 인근 골프 여행객들은 30분∼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조잔케이(定山溪) 온천마을의 료칸이나 호텔에서 숙식을 한다”며 “골프를 즐기고 낙농·보리·옥수수·감자·생선 등 일본의 대표적 농어업 생산 기지인 홋카이도의 싱싱한 재료를 이용한 현지의 미식과 온천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아직까지 일본에 들어오는 해외 여행객은 많지 않다. 항공편도 아직은 예약이 쉽지 않고 공항·여행사·호텔도 직원 부족으로 아직까지 문을 닫고 있는 곳이 많다. 일본 여행 프로모션 회사인 메가컴의 료스케 오미 이사는 “현재 일본 정부가 12월까지 일본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여행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여행업계가 정상화돼 일본과 한국 양국의 관광객들이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홋카이도(일본)=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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