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비사업에만 몰두한 건설사들에게 닥칠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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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정비사업 수주 기록.'
연말이 다가오자 국내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올해 수주기록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업계 최상위권인 현대건설은 올해 정비사업으로만 9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데, 1년 전(약 5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특히 올해 수주실적이 1조원대에 그치는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홍보전을 펼쳤으나 결국엔 시공권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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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정비사업 수주 기록.’
연말이 다가오자 국내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올해 수주기록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업계 최상위권인 현대건설은 올해 정비사업으로만 9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데, 1년 전(약 5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그 뒤를 올해 4조~5조원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 GS건설 등이 잇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해외건설로의 길목이 차단되면서 건설회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그간 강도 높았던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인 것도 한 몫 했다. 특히 리모델링 붐이 불어 시장 규모만 올해 19조원에 이르렀는데, 포스코건설의 경우 리모델링 실적만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 정비사업이 최근 2~3년과 같은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청약만 했다하면 수 만 명이 몰려들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분양 가구 수가 지난 9월 기준 4만1000여가구로 치솟았는데, 연말까지 전국에서 6만 가구가 넘는 분양 물량까지 남아 있다. 서울이라 해도 핵심지를 제외하고서는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던 무순위 청약 물량까지 남아도는 등 미분양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른데다 금리까지 올라 원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일부 건설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리스크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계열사로부터 수천억원을 빌린 대형 건설사 한 곳은 자본시장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빌리는데도 실패했다는 소문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미분양 증가, PF대출 문제 등 시장의 악재가 등장하자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울산 중구 B04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정작 입찰에는 둘 다 참여하지 않았다. 미분양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올해 수주실적이 1조원대에 그치는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홍보전을 펼쳤으나 결국엔 시공권을 포기했다.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어둡다는 전망이 많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돈을 빌려 집을 사러 나오는 수요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시공권을 따내는 데 급급했던 건설사들은 이제 다시 시야를 해외로 넓혀야 한다. 주택 경기가 좋다고 집 짓어 비싸게 파는 데만 골몰하던 건설사들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엔지니어링 기술력 향상이 관건이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해외와는 달리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고 있는 건축법상 제약도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는 순간이 되면 시공에만 몰두해 얻은 지금의 ‘최대 실적’이 민망해 질 날이 올 가능성이 크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벌거벗었는지 알게 된다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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