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 “콜옵션 행사는 자체 자금으로… 여력 충분하다”
“회사에 자금이 부족해서 콜옵션 미행사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 상환은 회사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것이다.”
흥국생명이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중도상환)을 회사가 보유한 자체 자금을 중심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는 7일 밤 조선비즈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자체 자금이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일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 조기 상환을 연기하겠다고 했던 입장을 5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는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Korean Paper)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고, 국내 보험사들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이 주요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당초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은 규정상 지급여력비율(RBC)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뿐 자금이 부족해 상환을 미루기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험업법 감독 규정에 따라 RBC가 150% 밑으로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콜옵션 미행사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며 “예상과 달리 시장이 너무 혼란스러워져 다시 예정대로 콜옵션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흥국생명은 콜옵션 행사를 위한 충분한 자체 자금이 있다”며 “회사 자산이 30조원에 이르는 만큼 모기업인 태광그룹의 지원과 시중은행의 RP 매입을 통한 자금 조달은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자체 자금으로 콜옵션을 시행할 경우 올해 단기적으로 RBC 비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그때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콜옵션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우리 예상과 달리 금융 시장에 혼란이 생겼다. 자체 자금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한다면 규정 상 지켜야 할 RBC가 150%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장이 너무 혼란스러워진 상황에서 현재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그런 제약이 조금 풀리고, 회사 자체 자금도 충분했기에 콜옵션을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콜옵션 미행사를 금융 당국이 허가해주고 다시 개입을 한건가.
“당시 콜옵션 미행사를 금융 당국이 허가해줘서 했다기보다는 전적으로 우리 판단이었다. 콜옵션을 다시 시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당국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승인을 받았다.”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워질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말했듯이 RBC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한 것이다.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약 5600억인데 상당 부분은 회사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
4대 시중은행을 상대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아닌가.
“회사에 자금이 부족해서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콜옵션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회사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은행을 통한 RP 비중은 일부가 될 것이다.”
시중은행들과는 RP 거래가 협의가 된 것인가.
“어디 은행들과 거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맞다. 그렇지만 흥국생명 자산이 30조인데 자체 자금으로 해결하고 자금 순환상 부족한 일부분만 RP를 통할 것이다.”
자체자금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자체 자금이라 하면 태광그룹의 자금 지원인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체 자금 비중이 훨씬 높다. RP 비중은 일부분이라 갚기에 부담이 없는 수준이다. 또 그룹의 자금이 아닌 흥국생명의 자체 자금이다. 이번 콜옵션 시행으로 RBC 비율이 떨어지게 되면 그때 그룹의 자금 지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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