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가려진 소행성까지 찾았다…지구 방어 전략 새 이정표
10년 내 140미터 이상 모든 소행성 발견이 목표
앞으로 100년간 충돌 우려할 만한 천체는 없어
미국 천문학자들이 눈부신 햇빛에 가려져 볼 수 없었던 지구근접소행성(NEA) 3개를 찾아내 최근 국제학술지 ‘천문학저널’에 발표했다.
이 행성들은 지구와 금성 궤도 안쪽에 있는 소행성 중 일부다. 이곳은 햇빛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관측하기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우주 영역이다. 지구 궤도 안쪽에 있는 소행성들을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저녁 또는 새벽 지평선 근처 하늘에서 10분 정도만 주어진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3개의 소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희미한 물체도 포착할 수 있는 고성능 광시야 암흑에너지카메라(DECam) 덕분이었다고 과학자들은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소행성 중 하나(2022 AP7)는 지름이 1.5km로, 지난 8년 동안 발견된 잠재적 위협 소행성(PHA) 중 가장 큰 천체다.
소행성 관측 기술이 좋아지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지구 근접 소행성(NEA)이 3만개를 돌파했다. 최초의 지구 근접 소행성을 발견한 지 124년 만에 소행성 탐사 역사에 추가된 또 하나의 작은 이정표로 볼 수 있다.
2020년대는 소행성이 처음으로 우주탐사의 주류 무대에 진입한 시기다. 2020년 일본 우주선이 소행성 류구에서 암석 표본을 가져온 데 이어 지난해엔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탐사선 루시가 목성 부근의 8개 소행성 연쇄 탐사를 위해 12년 대장정에 올랐다. 올해 9월 말엔 사상 처음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키는 실험이 성공리에 진행됐다. 소행성 궤도를 바꿔 충돌 위험을 피하는 지구 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2023년 9월엔 나사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베누라는 또 다른 소행성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고, 10월엔 니켈, 철 등 금속 광물이 풍부해 자원 채굴 후보로 거론되는 소행성 프시케16 탐사선이 지구를 출발한다. 이어 2026년에는 강력한 성능의 차세대 소행성 탐사 망원경 니오서베이어가 발사된다.
2020년대의 마지막해인 2029년에는 아포피스란 소행성이 정지궤도의 인공위성보다 더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온다. 전 세계 우주당국과 과학자들이 절호의 소행성 탐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1994년 혜성의 목성 충돌 사건이 계기로
인류가 소행성에 본격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그러나 1980년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멸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소행성 충돌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1994년 슈메이커-레비9 혜성이 TNT 3천억톤의 힘으로 목성에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이 혜성은 목성에 지구 크기와 비슷한 1만2천km의 충돌 자국을 남겼다. 그 영향으로 1998년 <딥임팩트> <아마겟돈> 등 소행성, 혜성 충돌을 주제로 한 SF영화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해 미 의회는 나사에 2008년까지 너비가 1km보다 큰 지구 근접 천체의 90%를 발견해 목록을 작성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소행성 탐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 중 지구 근접 소행성은 태양과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거리가 1.3AU(1억9500만km) 이내인 궤도를 도는 소행성을 말한다. 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1억5000만km)이므로 지구 궤도에서 4500만km 이내 떨어진 지점까지 올 수 있는 소행성이다. 지구~달 거리의 117배에 이르는 거리다.
소행성 관측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와 유럽우주국의 지구근접천체협력센터(NEOCC)에 따르면 관측망에 포착된 지구근접 소행성 수가 10월1일로 누적 3만개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새로운 소행성이 속속 추가돼 5일 현재 3만496개에 이른다.
잠재적 위협 소행성 2300개 육박
과학자들은 태양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약 100만개의 소행성 중 3분의 1이 지구 근접 소행성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소행성 탐지율은 3%에 불과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 가운데 지구와의 최근접 궤도 거리가 750만㎞ 이내이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소행성을 ‘잠재적 위협 소행성’(PHA)으로 분류한다. 지름 140m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한 지역 전체가 괴멸될 수 있다.
나사에 따르면 이 부류에 속하는 소행성은 현재 2297개다. 유럽우주국은 이 가운데 충돌 확률이 0을 넘는 소행성 1426개를 위험 목록에 올려놓았다. 이 소행성들이 지구방어 프로그램의 우선적인 감시 대상이다.
위험 목록 1위에 올라 있는 것은 1979XB이란 이름의 소행성이다. 이 소행성은 지름이 약 700미터로, 지구와 충돌할 경우 작은 나라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1979년 이후로는 관측된 적이 없다.
유럽우주국은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 근접 소행성 중에 적어도 앞으로 100년 동안은 우려할 만한 대상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 전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행성 킬러’로 불리는 크기 1km 이상인 것은 95% 이상 발견한 상태여서 불확실성을 거의 해소한 상태다.
문제는 크기가 수백미터인 중형 소행성이다. 한 지역이나 나라를 괴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 소행성이지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찾아낸 지름 140미터 이상의 소행성은 약 1만개로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나사는 이 중형 소행성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절반 이상은 최근 6년간 발견
지구 근접 소행성 발견의 역사는 120년이 넘었지만 대부분은 지난 10년 사이에 발견된 것들이다. 가장 처음 발견된 건 1898년 발견된 지름 30km의 에로스로 최근접 거리는 지구에서 약 2200만km(달 거리의 57배)였다. 에로스는 우주탐사선이 방문한 최초의 소행성이기도 하다. 나사의 니어슈메이커 탐사선은 1998년 에로스를 두차례 근접비행한 데 이어 2001년 임무를 끝내면서 소행성 표면에 착륙했다.
유럽우주국의 지구방위책임자인 리처드 모이슬은 “지금까지 확인한 지구근접 소행성의 절반 이상이 지난 6년 사이에 발견된 것들”이라며 “이는 우리가 소행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소행성 발견의 두 축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있는 스튜어드천문대의 카탈리나천체탐사망원경(CSS=Catalina Sky Survey)과 하와이 할레아칼라화산 정상에 있는 팬스타스 망원경(Pan-STARRS)이다. 애리조나대가 운영하는 카탈리나망원경은 1995년 이후 1만3774개의 지구 근접 소행성을 발견했다. 올해 들어서만도 지금까지 889개를 추가했다. 2010년대 후반 이후엔 팬스타스 망원경이 소행성 발견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24일까지 팬스타스가 1108개, 카탈리나가 891개를 찾아냈다.
2026년 중형 소행성 탐색 우주망원경 발사
누군가 잠재적 위협 소행성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1년 말 18개국 과학자 100여명이 행성방어훈련위킹그룹에 참여해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2029년 지구에 최근접하는 아포피스 소행성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거한 뒤 새롭게 탐지, 추적, 위험 예측, 정보 공유하는 능력을 시험했다.
이 훈련에서 처음 아포피스를 감지해 나사 소행성센터(MPC)에 보고한 건 나사의 지원을 받는 애리조나 카탈리나 관측팀이었다. 4개 망원경으로 이뤄진 하와이의 소행성충돌조기경보시스템 ‘아틀라스’와 ‘팬스타스’ 망원경도 뒤따라 아포피스를 탐지했다. 이어 나사의 소행성 관측 전담 우주망원경 네오와이즈가 적외선 카메라로 후속 관측에 나섰다. 12월4일 첫 관측 이후 23일 새로운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 목록에 올릴 때까지 꼬박 20일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평가 논문에서 “네오와이즈를 통해 아포피스의 재발견을 확인하는 동시에 크기, 모양, 구성 및 표면 특성에 대한 단서까지 행성 방어 평가에 사용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나사는 지구 근접 소행성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이르면 2026년 새로운 적외선 우주망원경 니오 서베이어(NEO Surveyo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망원경은 10년 안에 140미터 이상의 모든 지구 근접 소행성과 혜성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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