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부] 스테인리스 외길 대양금속, 최대주주 바뀌자 ‘기업 쇼핑’
1973년 설립돼 48년간 스테인리스만 제조해 온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인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인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풍제지는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다. 대양금속은 사명에 ‘대양’이 있지만, 신대양제지를 보유한 대양그룹과는 관계가 없어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양금속은 2020년 4월 대양홀딩스컴퍼니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잔금 납입일이었던 10월 14일을 하루 앞둔 13일에 영풍제지 최대주주인 그로쓰제일호투자목적주식회사(큐캐피탈), 이관형 대표 측에 회사 인수를 위한 잔금 1160억원을 이달 9일까지 지급하고 다음날인 10일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겠다고 통지했다. 지난 6월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에 잔금 연기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양금속은 지난 6월 큐캐피탈이 보유한 영풍제지 지분 전량을 1289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큐캐피탈이 2015년에 영풍제지 지분을 650억원에 인수한 지 약 7년 만이다.
계약 체결 당시 대양금속은 인수가의 10%만 선지급했다. 1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대양금속은 잔금 납부를 위해 2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비에이치조합에 발행했다. 자본금 100만원인 비에이치조합을 이끌고 있는 민병남 대표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자본잠식,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거래 정지 중인 휴센텍의 제3자 유상증자에도 지난해 참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등이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인수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노사 협의를 비롯해 임시 주주총회가 준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지 업계에서는 영풍제지가 영위하고 있는 골판지 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대양금속이 골판지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인수하려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파악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인수 하려는 쪽에서) 직원을 보내는 데 대양금속은 그런 게 없어 경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대양금속 최대주주인 대양홀딩스컴퍼니의 과거 투자 전력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양홀딩스컴퍼니는 대양금속을 통해 지난해 7월 비상장사 하이리움산업에 25억원을, 올해 3월 플래스크(옛 젬백스지오)에 4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지난 6월에는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상장폐지 기로에 있었던 연이비앤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 회사는 현재 상장폐지됐다.
대양홀딩스컴퍼니의 주인은 지분 96%를 보유한 이옥순 대표다. 1949년생인 이 대표는 코원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배우자인 공갑상씨와 아들인 공선필씨 등이 주요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선필씨는 2019년 IT 부품 업체 크로바하이텍의 사내이사로 재직할 당시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공시되기 두 달여 전인 그해 8월 이 대표는 블랙홀컴퍼니란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2020년 4월 대양금속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직전 대양홀딩스컴퍼니로 사명을 바꿨다.
일각에선 대양금속의 핵심 사업인 스테인리스가 성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통해 다각화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스테인리스 주원료인 니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한 신사업 차원에서 제지 산업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양금속의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 점유율은 약 5%로 포스코, BNG스틸, 현대제철의 뒤를 잇고 있다. 양식기류, 싱크대 등의 주방기기, 건축자재, 가전제품·자동차산업 등의 용도로 주로 사용되며, 열처리 가공 공정상의 강점과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주문·계획생산으로 다품종 주문자 요구 제품 생산 체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다.
제품 원가의 70% 이상을 원재료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원재료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원가 절감, 기술력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성장을 위한 최대 과제로 꼽힌다. 대양금속의 지난해 매출은 2034억원, 영업이익은 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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