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톡!] 점점 발전하는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
"지난 3월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서울, 부산 지역 티켓팅을 실패했다. 이번에는 인천이다. 우여곡절 끝에 티켓팅에 성공했다. 바로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전국 투어다.
첫 공연은 취재로 참석한 탓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인 만큼 꼭 가겠다는 남다른 각오로 티켓팅에 임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메이플스토리 안에 담긴 좋은 곡을 소개하기 위해 메린이인 지인도 강제로 동행시켰다.
아트센터 인천은 처음 방문했다.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어서 모든 콘서트홀이 처음이다. 아트센터 인천은 센트럴파크역 2번 출구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바로 나온다. 조금만 걸으면 누가 봐도 아트센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오는 도중 곳곳에 콘서트홀과 관련된 조형물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도시가 꾸며지니까 근사했다.
콘서트홀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대기 중인 유저가 많았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지역이라 그런지 경쟁률이 치열했는데, "역시 메이플스토리 인기 대박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직원들이 티켓 교환, 스페셜 북 구매, 특별 쿠폰 대기열을 안내해 준 덕분에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질서가 잘 지켜졌다.
메이플스토리 유명 인플루언서 '명예훈장'도 볼 수 있었다. 그를 알아본 팬들은 순서대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사인을 받았다. 명예훈장은 게임톡과 여러 번 인터뷰를 진행해서 친숙하다. 하지만 기자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방송에서만 봤던 모습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놀랐다.
오후 4시 55분에 콘서트홀에 입장했다. 1층과 2층 좌석으로 구분됐고 1층 관객석의 높이는 낮은 편이다. 좌석 위치를 보지도 않고 남은 곳을 생각 없이 예매했는데 연주자들이 잘 보이는 위치라 마음에 들었다. 객석 공간과 시트는 평범했다. 서울 공연에서는 입장 시간 동안 엘리니아 OST가 흘러나왔는데 이번에는 BGM이 아무것도 없어 조금 아쉬웠다.
이번 공연은 '지휘 군단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안두현 지휘자가 리드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언제 봐도 해리포터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사를 연상케 한다. 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절제된, 때로는 경쾌한 동작들이 계속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동작이 음악과 하나인 듯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중심으로 곡이 진행된다. 리스항구 테마를 시작으로 '시간의 신전'과 '망각의 호수'를 지나 루시드, 윌, 더스크 등 군단장과 검은마법사를 처치하는 여정이다. 메이플 오케스트라의 특징이라면 첫 곡인 'ABOVE THE TREETOPS'를 제외하면 곡의 분량은 1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진행 템포가 다른 콘서트에 비해 빠르다.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를 포함한 각종 밴드 악기가 오케스트라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도와준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오케스트라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이 느껴진다. 여기에 웅장함과 고조된 분위기를 돋우는 북소리 또한 일품이다. 'THE RAINDROP FLOWER' 등 청아한 음악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실로폰 소리도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넘친다.
분위기 전환도 역동적이다. 'THE LACK OF OBLIVION'처럼 고요한 음악 다음 곧바로 레헬른 OST가 연주되니까 차분했던 마음이 갑자기 쿵쿵 뛰는 경험은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에서만 느낄 수 있다. 곡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듯이 감정을 뒤흔든다.
1부의 피날레는 역시 'THRONE OF DARKNESS PHASE 2' 검은마법사 2페이즈 BGM이다. 원곡도 분위기가 웅장한데 오케스트라와 만나니 그 웅장함이 배가 됐다. 검은마법사에 걸맞은 음악이다. 아직 검은마법사를 도전할 정도로 캐릭터를 성장시키지 못해 직접 들어보진 못했지만 직접 게임으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다.
- 1부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곡 중 하나인 '꿈의 도시 레헬른'
- 검은마법사 2페이즈 BGM은 직접 들어봐야 그 웅장함을 알 수 있다
2부는 그란디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선택받은 세렌도 볼 수 있다. 1부에서는 고요했다가 웅장해지는 반면 2부는 슬픔과 설렘이 교차한다. 특히 'FOR EINHERJAR'는 뮤직비디오부터 슬픔 그 자체인데 그 뒤로 ILLIYARD MOOR가 연주되어 고조된 감정을 식혀줬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구성했다면 정말 칭찬하고 싶다.
참고로 ILLIYARD MOOR가 연주될 때 뒤편에 있는 연주자들이 율동까지 선보인다. 1회차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트럼펫 연주자들도 그 율동에 맞춰가며 연주하니까 음악과 현장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동일한 오케스트라라도 디테일이 점점 발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부 초반부에는 호영의 테마곡 '청운'을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동양풍 멜로디와 감성으로 제작됐다. 사실 오케스트라와 어울리지 않은 곡인데 바이올린을 튕기듯 연주하니까 동양풍의 분위기가 우러나왔고 완벽하게 음악의 특징까지 살려냈다.
바이올린 소리 자체가 동양 악기와는 다르다 보니 오히려 동서양의 조화가 어우러진 곡으로 재탄생했다. 게임 음악이 이러한 테크닉을 요구하고 이를 완벽하게 소화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감탄했다.
2부에서는 트레일러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중에서 카인의 OST 'HAPPY BIRTHDAY My DEAR'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카인 스토리에서 드라카즈의 보스를 좋아했기에 더 감명이 깊었다. 드라카즈의 보스가 남기는 마지막 한마디 "카인 너는 살아"라는 문구가 울컥하게 만든다.
2부의 베스트 곡은 역시 아델이다. 인피니티를 시전했을 때의 그 웅장함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ADELE'S OATH가 연주될 때 "주군 앞에서 맹세의 불꽃을 태워 서약하노라. 우리들은 명예롭고 용맹스러운 검. 부정과 악 앞에서 자비 없이, 후퇴 없이 싸우리" 등 대사가 백그라운드에 순차적으로 나타나는데 정말 울컥했다. 주변에는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감상하는 관객이 여럿 보였다.
오케스트라는 라라의 BGM으로 마무리됐다. 경쾌하고 활기찬 멜로디인 만큼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며 복잡해진 감정들을 추스르는 데 제격이었다. 솔직히 라라 출시 당시에는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 광고로 하도 많이 나타나서 꼴 보기 싫었다. 오케스트라로 다시 들으니까 이렇게 좋은 곡에게 불손한(?) 생각을 가졌던 것이 미안했다.
2회차에서 느낀 점은 현재 상황과 감정에 따라 곡이 다르게 들렸다. 1회차에선 마냥 신났던 탓인지 이전부터 좋아했던 'THE RAINDROP FLOWER', 'LECHELN THE CITY OF DREAMS', 'ADELE'S OATH'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는 바빠진 현생 탓일까 'QUEEN'S GARDEN', "으로 지친 마음을 힐링 시키는 기분을 느껴 최고의 픽이었다.
이번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 전국투어의 묘미는 앙코르 곡에 있었다. 앙코르 곡은 총 4곡을 선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앙코르 곡은 블랙헤븐과 격전이다. 전국투어의 앙코르 곡은 지역마다 다르다. 인천 콘서트의 전용 앙코르 곡은 블랙헤븐이었다. 기자도 오케스트라로는 처음 들었는데 힘차게 울리는 듯한 블랙헤븐의 멜로디가 당시 기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만들었다.
앙코르 곡의 격전은 특별했다. 안 지휘자의 말에 따르면 오케스트라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연주하는 앙코르 곡이다. 격전 자체가 더스크와 대치하는 기사들의 사명감과 정의감이 느껴지는 곡인데 오케스트라가 그 전율을 한층 북돋아줬다. 연주자들의 비장함도 느껴졌다.
오케스트라 연주 외에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안 지휘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앙코르 곡을 듣고 싶다면 박수만으로는 부족하다. 호응과 환호성을 질러달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팬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 소리가 콘서트홀을 가득 메웠다. 정소림 캐스터 개인 방송을 포함해 각종 방송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게이머들에게 익숙한데 그 역시 게이머들과 이전보다 가까워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오케스트라하면 거룩한 분위기에서 조용히 감상하고 박수도 멋스럽게 치는 장면이 연상된다. 하지만 마치 밴드나 가요 콘서트처럼 신나는 분위기가 조성되니까 오케스트라가 더욱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왔다.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다. 게임 음악이 오케스트라와 만나면서 점점 대중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체감되어 게임인으로서 너무 기뻤다.
동행한 지인은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다. 어렸을 때 메이플스토리를 즐긴 적이 있어 'AQUARIUM'까지 듣고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후 곡들은 서사를 잘 모르지만 2시간 내내 집중해서 들었을 정도로 좋았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취재에선 놓쳤던 디테일을 캐치할 수 있었고 공연 퀄리티와 구성도 좋아져 만족스러웠다. 강원기 넥슨 디렉터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공연이 끝나고 콘서트홀 외부로 나오니까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졌다. 아트센터 인천만의 묘미다. 다음 게임 음악 콘서트도 이곳에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사하다. 공사 중인 곳이 모두 완공된다면 더욱더 멋진 야경을 펼쳐질 것 같다. 귀가하는 팬들도 야경을 보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이번 심포니 오브 메이플스토리에 수록된 곡 외에 좋은 곡들이 정말 많다. 최근 넥슨은 예술의전당과 문화 예술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을 정도로 게임을 종합 문화 예술 반열에 확실하게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메이플스토리 오케스트라도 2022년 전국 투어가 마지막이 아닌 2023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새로운 구성으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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