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에 낙태 강요‥‘고딩엄빠2’ 아닌 경찰서 가야[TV와치]

[뉴스엔 이해정 기자]

지난 8월 방송된 부부 싸움 장면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제재를 받은 '고딩엄빠2'가 연일 자극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MBN '고딩엄빠2'는 지난 8월 16일 방송된 11회에서 부부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등의 모습을 노출했다가 방심위로부터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 및 제44조(어린이·청소년 시청자 보호) 제2항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제36조(폭력묘사) 제1항에도 위반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그럼에도 '고딩엄빠2'는 자극 수위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이는 모양새다. 11월 8일 방송분에서는 10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교제해 18세에 고딩엄마가 된 출연자가 등장한다. 문제는 방송을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부터 "만삭에도 '애 낳으라고 강요한 적 없다. 지금이라도 힘들면 병원 가서 아이 지우라'며 폭언을 일삼았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담긴다는 것. 제작진은 이를 두고 '아픈 과거사'라고 간단히 포장했지만 재연배우까지 써서 실제만큼이나 자극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게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고딩엄빠2'가 해야 할 일은 출연자 상처를 헤집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아이와 잘 살 수 있도록 자립을 돕는 일이다. 정신적 고통이 있다면 상담 기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며, 배우자로부터 실질적인 폭력이나 폭언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면 재연 대본으로 꾸밀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경찰서로 가 조서를 꾸며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치료,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한 일에 MC들의 안타까운 탄성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출연자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나 위로가 아닌 지난날의 고통을 딛고 일어설 힘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상담 전문가까지 스튜디오에 불러 놓고 고작해야 MC 들러리 역할만 시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딩엄빠2'는 벼랑 끝에 선 고딩엄빠들이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기획의도가 허울뿐인 명목이 아닌 제작진의 진심이라면 얼마나 험준하고 가파른 벼랑에 섰는지를 '줌인' 할 게 아니라 출연자의 다친 마음과 원하는 해결 방향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또한 단순히 힘내라는 의미 없는 응원 백지수표만 던져놓을 게 아니라 '고딩엄빠2'가 손 붙잡고 가서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어린 부모의 아픔을 내세워 방송을 만들 때엔 그 정도의 결연한 의지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진=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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