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보다 넓은 문화영토 개척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기고/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필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일하면서 우리 문화산업 경쟁력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올리는 데 정말 큰 힘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다. 한류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소프트파워 강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21세기 세계 10대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제조업 발전, 그리고 또 한 번의 경제적 도약을 가져온 IT 산업발전, 이에 더해 ‘한류’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영화, K음식, K패션등 한국의 문화상품이 세계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은 이제 훌륭한 제조업 상품뿐만 아니라 매력까지도 만들어내는 일류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류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질 현상으로 보거나 2차 한류 붐, 3차 한류 붐을 계속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아시아권에서나 경쟁력이 있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은 꿈꾸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여기에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서구문화를 바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있어서, 서구적 문화와 아시아 문화의 혼합물인 한국 문화상품을 대체재로 받아들인다는 견해가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선도적 프로듀서들은 대중문화를 혁신이 가능한 테크의 영역으로 보고, ‘컬쳐테크’라는 개념 아래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을 혁신을 통해 꾸준히 시장에 업그레이드하여 새롭게 내놓을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한류를 혁신이 가능한 문화산업의 시각에서 보지 않고, 단순히 한국 문화의 세계적 진출로만 생각했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한 번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경쟁력을 높여온 K팝과 K영화 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오늘날 우리 민족 역사상 광개토대왕보다 더 넓은 문화영토를 전 세계에 개척한 것은 컬쳐테크라는 인사이트를 최초로 제안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와 같은 혁신가들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문화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 혹은 IT 상품과 같이 문화상품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내고, 마케팅과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흐름과 시장을 창출한 것이 바로 2차 한류, 3차 한류, 또 그 뒤를 이은 새로운 한류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된 핵심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아이폰과 갤럭시가 새로운 혁신을 얹어 후속 모델을 계속 내놓은 것과 같이, 또한 현대 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가지고 업그레이드된 제품으로 계속 시장을 개척해 온 것과 같이 한국의 문화상품도 컬쳐테크라는 개념 아래 계속 혁신을 이루어온 것이다.
이처럼 문화가 산업이 된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전에는 인류가 공동체에 적응하는 과정에 필요한 일종의 사회적 매뉴얼로 작동한 것이 문화이다. 그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장례식에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고, 어른을 대할 때, 일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알 수 있다. 삶의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문화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것은 자본주의이지만, 이 문화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어 낸 국가는 몇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한류는 혁신가들의 활동이 멈추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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