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뇌는 거북처럼 동면 중 [사이언스카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증 코로나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의식을 회복하기까지 수주일씩 걸리는 것은 뇌가 겨울잠을 자는 거북과 같은 상태에 빠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동면(冬眠) 상태의 뇌를 깨우는 치료를 하면 중증 환자의 의식 회복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쉬프 교수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때 뇌척수액을 채취해 분석해보면 거북처럼 산소에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물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치료해도 의식 회복은 느려
겨울잠 거북과 비슷한 뇌 상태
산소 부족 상태에서 신경 손상 막아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의식을 회복하기까지 수주일씩 걸리는 것은 뇌가 겨울잠을 자는 거북과 같은 상태에 빠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동면(冬眠) 상태의 뇌를 깨우는 치료를 하면 중증 환자의 의식 회복이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의 니콜라스 쉬프 교수 연구진은 8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중증 환자에 쓰는 마취제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뇌 스스로 자기보호를 위해 동면 상태에 빠진다”고 밝혔다.
◇겨울잠 상태로 뇌 손상 방지
중증 코로나 환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에 체액이 가득 차 이전처럼 온몸에 산소를 보낼 수 없다. 이 경우 인공호흡기로 외부에서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이때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마취제를 쓴다.
의료진은 중증 코로나 환자가 회복되면 인공호흡기를 떼고 하루 이틀 사이에 의식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수주일에서 심지어 수개월까지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 쉬프 교수와 브라운 교수는 뉴욕과 보스턴의 병원 3곳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795명을 조사했더니 4분의 1이 인공호흡기를 떼고 의식을 회복하는 데 10일 이상 걸렸다고 발표했다. 10%는 23일 뒤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뇌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쉬프 교수와 매사추세츠 공과대(MIT)의 에머리 브라운 교수 공동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 환자의 무의식 상태 뇌는 얼음 밑에서 겨울을 보내는 거북과 매우 흡사한 것을 확인했다. 거북은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신경세포를 몇 달씩 정지 상태로 유지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감염과 마취제가 사람에서도 같은 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호수에 사는 비단거북(painted turtle)은 겨울이면 얼어붙은 진흙 속에서 몇 달 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때 거북의 몸에서는 신경신호를 억제하는 가바(GABA)라는 신호전달물질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바는 신경세포 작동을 중단시켜 전기신호를 만드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쉬프 교수는 “스스로 자신을 마취시키는 것과 같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증 코로나 환자는 가바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마취제를 투여받는다. 연구진은 가바와 같은 진정 효과에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산소 공급이 격감하는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환자의 신경세포도 생존을 위해 산소가 필요 없는 동면 상태로 빠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겨울잠을 자는 거북은 독특한 뇌파 형태를 보이는데, 중증 코로나 환자 역시 비슷한 뇌파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코로나 환자 의식 회복에 도움 기대
쉬프 교수 연구진은 자신들의 가설이 맞는다면 두 단계로 중증 코로나 환자의 의식을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신경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물질인 ATP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특정 단백질을 투여한다. 이러면 뇌세포가 활동 상태로 돌아올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신경세포에서 글루타민산과 아세틸콜린 같은 신호전달물질을 촉진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이런 약물은 신경 억제물질인 가바와 정반대 역할을 한다. 반대로 사고나 병에 걸린 환자의 뇌가 손상되기 전에 중증 코로나 환자나 거북처럼 동면 상태로 유도할 수도 있다.
몇 달 동안 동면을 하던 거북은 일순간 뇌로 산소가 밀려들면 바로 깨어난다. 갑자기 산소 공급을 늘리면 독성 화학작용으로 신경세포가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과학자들은 동면에서 깨어나는 거북은 뉴로글로빈이라는 물질로 필요 이상의 산소를 흡수하는 것을 알아냈다. 쉬프 교수 연구진은 중증 코로나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때 뇌척수액을 채취해 분석해보면 거북처럼 산소에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 물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참고자료
PNAS, DOI: http://doi.org/10.1073/pnas.2120221119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
- “원금 2.6배로 불려 평생 연금 드립니다” 460억대 불법 다단계 적발
- ‘위스키·하이볼 다음은 브랜디?’... 종합주류기업 격전지로
- [중견기업 해부] 1000억 먹고 빠진 스톤브릿지 ‘DS단석’ 1인자 차남 한승욱 회장...견제수단 부재
- [똑똑한 증여] 상속 후 2주택자 됐다면…기존 주택 먼저 팔아야 양도세 ‘0원’
- [사건 포커스] 전기자전거 배터리 화재 주의보… “과충전·열폭주 막아야”
- 알테오젠 1조 보유한 ‘수퍼 개미’ 형인우, 8월 증시 폭락 때 1400억어치 매도
- 청산가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SK증권 주가, 500원도 깨질라
- 피바람 韓증시… 한화오션 직원들만 보호예수 해제 한달 앞두고 행복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