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계속된 이상민의 참사 수준 답변
[이태원 참사]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위태위태한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이 장관은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죠.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행안위에서 이 장관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봤습니다.
■ 여전히 참사인지 사고인지 헷갈리는…
오후 2시 행안위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이 장관한테 던진 첫 질문은 이렇습니다. “이태원 사고입니까 참사입니까?” 이 장관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합니다.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였습니다.” 말 실수였을까요? 이어진 질문과 답변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천준호 의원 : (그러면) 사망자입니까 희생자입니까?
이 장관 : 사망자라고 할 수 있고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천 의원 : 지자체에 사망자로 용어 통일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는데 장관의 독자 판단이었나요?
이 장관 :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재난안전법에 있는 용어입니다.
천 의원 : 국무총리가 (사망자라고 표현하라고) 지시한 건가요?
이 장관 : 그건 아닙니다. 중대본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데) 권고사항이어서 (지자체가) 어떻게 하든 상관은 없습니다.
“참사 수준의 사고”란 발언은 이날 밤늦게까지 논란이 됩니다. 국회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고 나서야 이 장관은 태도를 바꿉니다.
임호선 의원(민주당) : 아까 존경하는 천준호 의원님 질의에 장관님께선 이것이 사고냐, 참사냐란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셨죠?
이 장관 : 결과적으로 참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임 의원 : 아까 제가 듣기로는 ‘참사급 사고다’라고 말씀하신 것 같아서.
이 장관 :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참사라고 판단했기에) 바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겁니다.
그러자 천준호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천 의원 : 제가 앞서 참사냐, 사고냐 질문했을 때 이렇게 답변하셨습니다.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이건 법적 용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조금 전 존경하는 임호선 의원 질의에는 ‘결과적으로 참사다’라고 이야길 했습니다. 다시 임호선 의원께서 “앞에 천준호 의원이 질문했을 때는 ‘참사급 사고’라고 말씀하신 걸로 들었는데”라고 이야기 하니까 그때 다시 “아닙니다”라고 이야기 하셨거든요?
이 장관 : 같은 의미로 저는 답변을 한 겁니다.(* 참사 수준의 사고는 참사를 가리킨다는 게 발언 취지라는 뜻)
천 의원 : 그게 어떻게 같은 의미입니까. ‘참사급 사고’라는 표현하고 ‘참사’라고 하는 건 다른 얘기죠.
이 장관 : 결과적으로 참사고, 참사급 사고고, 저는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성격에 대해 애매모호한 말을 또 했습니다. 최기상 의원(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자 관재”라며 “이태원 참사를 어떤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나”라고 묻습니다. 이 장관의 답은 이렇습니다.
“지금 당장 한마디로 규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실언의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지난달 30일 논란을 빚은 이 장관의 발언은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 장관은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했었죠.
여당에서도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한다”란 반응이 있을 정도의 문제적 발언이었습니다만, 동시에 이 장관이 어떤 보고를 받고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죠.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물었습니다.
조 의원 : 핼러윈 행사 때 인원이 평년과 유사한 수준이다라는 식으로 말했었습니다. 그 발언을 한 근거가, 출처가 무엇인가요?
이 장관 : 사고(* 이 순간, 이 장관은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고 했습니다.)가 밤늦게 일어났고 그 발언은 그 다음 날 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자료를 봤거나 공식 보고를 받은 바는 없었습니다. 저도 언론에서 이야기된 걸 봤는데…사고(* 또 사고라고 표현했습니다.) 전에 용산경찰서에서 준비했던 자료가 보도된 게 있었어요. 그 내용이 대체로 핼러윈데이 때 한 10년 걸쳐서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모일 거라는 취지였고…매년 많은 인파가 모였다는 의미로 드린 말씀이었는데….
1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난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별다른 상황 보고를 받지 못한 채 무심코 한 발언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다시 한 번 묻습니다.
김 의원 : 따지고 보면 전혀 그런 뜻은 아니었지만,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 이 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수사나 감찰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 장관님의 이 발언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이런 의견에 구애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시죠?
이 장관 : 당연한 말씀입니다. 바로 다음날 제가 한 말씀인데, (당시 발언은) 보고받은 바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 물러나라는 데도 열심히 일하겠다?
이날 행안위에선 상당수 의원이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재난 안전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말이죠. 이 장관은 외려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최기상 의원 : 많은 국민이 장관 얼굴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물러날 생각 없나요?
이 장관 : 국민 여러분께 송구합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의원 : 지금 최선은 물러나는 겁니다.
이 장관은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합니다.
전봉민 의원(국민의힘) : 철저한 수사 통해서 국민에게 모든 것 소상히 알려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 장관 : 제가 직접 수사하는 건 아닙니다만, 옆에 있는 경찰청장에게 말을 잘 해두겠습니다. 한 치 의혹 없도록 다 밝히겠습니다.
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거듭니다. “어떤 책임을 지실 지 말씀해주십쇼”라고 하자 이 장관은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을 하고, 의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재발방지책 수립을 본인의 책무로 여기고 있다는 말로 들릴 법한 얘기죠. 이 장관은 그 뒤에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놓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감 엄중함 느낍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서 더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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