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한 푼 안 내고 회사 물려주는 '신의 한 수' [더 머니이스트-도정환의 상속대전]

2022. 11. 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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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민사신탁을 활용한 증여세 절세전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서실업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나대표씨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근 들어 병세가 깊어지다보니, 예전처럼 회사 일에 열정적이지 않게 된 겁니다.

나대표씨에게는 큰아들인 나성실씨가 있습니다. 나성실씨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아들이다보니 걱정이 될 뿐입니다. 회사를 잘 운영할지도 의문이었구요. 더욱이 가치가 3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모두 아들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만 10억 원이 나온다고 합니다. 나 대표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처지였습니다. 

아들이 회사의 주식을 물려받아서 엄청난 증여세를 내고 나서 회사의 주식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식을 증여한 후에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올 수도 있습니다. 나대표씨 입장에서는 당장 증여를 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자기 명의의 주식도 없는데, 책임 경영을 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오랜 고민을 하다가 나대표씨는 회계법인을 찾아갑니다. 당장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증여세를 한 푼도 안 내면서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그림 - 이영욱]

신탁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명의신탁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명의신탁은 일반적으로 차명계약의 일종이며 단순히 명의만 대여해 주는 것입니다. 탈세나 탈법을 목적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아 그 명의신탁약정은 신탁재산의 종류에 따라 무효가 되거나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그럼 민사신탁은 명의신탁과 어떻게 다를까요?

민사신탁은 신탁법에 따라 위탁자(재산소유자)와 수탁자(재산을 이전 받는 자) 사이에 신탁계약에 의하여 부동산, 주식 등 신탁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하지만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위탁자 또는 제3자에게 귀속도록 하는 계약입니다. 
신탁법 제2조【신탁의 정의】
이 법에서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수탁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 포함)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신탁이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신탁도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 재건축 시의 신탁입니다. 재건축을 할 때 해당 토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하지 않는다면 개별 재건축조합원(아파트 소유자)들이 재건축대상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재건축을 할 때에는 재건축대상 토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하게 하여 토지를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때 위탁자는 재건축조합원, 수탁자는 신탁회사, 수익자는 재건축조합원이 되는 것이고, 법적으로 처분권한은 신탁회사에 넘어가지만 아파트 소유에 대한 재산권은 위탁자이자 수익자인 재건축조합원에게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민사신탁의 또 다른 예를 들면, 자녀에게 30억원의 부동산을 지금 증여하면 그 자녀는 12억원 정도의 증여세 및 취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탁계약을 맺고 자녀가 부동산을 관리하도록 하면(관리신탁), 수탁용역기간 동안 일정한 댓가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댓가는 증여가 아닙니다. 또한 일정한 조건을 달아 상속의 의사표시를 하여 신탁등기를 하면 사전증여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부모가 사망해 신탁계약에 명시한 대로 실제 상속이 이루어지면 그 때에 가서 약 2억원 정도의 저렴한 상속세를 내면 됩니다. 상속세는 증여세에 비해 각종 공제혜택이 많아서 상속으로 재산을 이전받을 경우, 증여에 비해 납부할 세금이 대폭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증여신탁을 활용할 경우 실제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나 상속세보다 많은 금액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탁계약은 주식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나대표씨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나대표씨와 나성실씨간에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수탁자는 나성실씨로 지정하면 됩니다. 여기서 수익자는 여전히 나대표씨로 해 둡니다. 이러면 주식의 처분, 의결권 등의 모든 권리는 일반 매매처럼 나성실씨에게 넘어가지만 처분으로 인한 수익(처분대가), 배당 등의 수익은 여전히 나대표씨가 갖게 됩니다. 재산권에 해당하는 수익권을 모두 나대표씨가 가지고 있으므로 증여에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신탁계약을 통해 현재 아들에게 경영권 및 주주권을 승계하지만 세금을 한푼도 안 낼수 있는 것입니다.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3조【신탁이익의 증여】
① 신탁계약에 의하여 위탁자가 타인을 신탁의 이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을 수익자(受益者)로 지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원본(元本) 또는 수익(收益)이 수익자에게 실제 지급되는 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날을 증여일로 하여 해당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의 가액을 수익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1. 원본을 받을 권리를 소유하게 한 경우에는 수익자가 그 원본을 받은 경우
 2. 수익을 받을 권리를 소유하게 한 경우에는 수익자가 그 수익을 받은 경우 
신탁은 다양한 확정성을 가진 엄청난 절세수단이긴 하지만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신탁된 재산은 그 사실을 등기 또는 등록해야 합니다. 신탁재산이 부동산인 경우 등기부등본에 기재해야 하며, 주식인 경우 주주명부에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기재하지 않으면 그 신탁재산을 수탁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0.4.10. 선고 88누3796판결).

신탁은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또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신탁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만 갖춘 신탁을 넘어 증여세까지 절세할 수 있는 전문가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증여신탁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 신탁전문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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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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