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괴롭히지 마” 지인에 흉기 휘두른 20대 살인죄 중형 선고

서울중앙지법.

자신의 반려견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고, 구호 활동을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7세 남성 A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조용래)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4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인인 28세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5월 새벽께 자신의 집에서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신의 반려견을 밀치거나 목을 조르자 이에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

왼팔에 부상을 입은 B씨는 A씨를 피해 방에 들어가 방문을 잠갔고, 방 안에서 동맥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직전 A씨는 ‘살인죄 공소시효’, ‘살인죄 형량’ 등을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출혈이 발생한 B씨가 직접 구조요청을 할 수 없음을 알면 서도 A씨가 B씨를 내버려 둔 채 잠을 자는 등 오랜 시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자신의 반려견을 지속해서 괴롭히는 B씨와 다툼이 있었고, 이에 흉기를 들고 경고한 사실은 있으나 흉기를 휘두르고,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를 토대로 A씨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판단, 약 8시간 동안 B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량의 출혈로 생명이 위독하던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며 “신체 중요 장기가 손상된 것은 아니어서 구호 조치만 신속하게 받았더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에게는 그 죄책에 상응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자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살인 용의자가 될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112신고를 했던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