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서 소리 짜는 ‘작창’…차세대 4인4색 첫선이요~

임석규 2022. 11.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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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창이란 창극에서 소리를 짜는 작업이다.

"작창은 뼛속 깊이 판소리를 이해해야 가능해요. 그런데 판소리를 배웠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고요."(오지원 피디) 결국 국립창극단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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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양성 결과 내달 시연
전문가들 1년 가까이 노하우 과외
국립창극단의 ‘작창가 발굴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비 작창가’ 4명과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집중과외’ 교사로 나선 멘토들. 왼쪽부터 한승석, 유태평양, 이자람, 박정수, 장서윤, 서의철, 배삼식. 국립극장 제공

“대한민국에서 ‘작창’이란 단어가 완성돼가는 과정에 있어요. 현장에선 뜨겁습니다.”(이자람)

작창이란 창극에서 소리를 짜는 작업이다. 한국음악의 장단과 음계를 활용해 극의 흐름에 맞춰 소리를 짓고 대사를 입히는 일이다. 창극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지만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7일 국립극장에서 차세대 ‘예비 작창가’ 4명과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앉았다. 국립창극단이 ‘동시대와 호흡할 차세대 작창가 발굴’을 내걸고 시작한 ‘작창가 프로젝트’ 결실을 앞두고 마련한 자리다. 오지원 국립창극단 책임 프로듀서는 “절실함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전통 판소리가 음악극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20세기에 새로 정립된 창극은 전문가가 부족했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창극이 서양 고전 등으로 넓어지고, 젊은 층도 공감하는 장르로 확장하면서 전문 작창자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창극은 극본과 연출, 춤과 음악과 무대 등 여러 영역이 응집된 종합공연 예술이다. 연출과 대본 등은 연극과 뮤지컬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이 가능했지만, 작창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작창은 뼛속 깊이 판소리를 이해해야 가능해요. 그런데 판소리를 배웠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고요.”(오지원 피디) 결국 국립창극단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신청자를 모집했다. 응모자 16명 가운데 면접 등 심사를 거쳐 4명의 ‘예비 작창가’를 선발했다. 박정수(23), 서의철(27), 유태평양(30), 장서윤(31), 모두 소리꾼 출신이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이 이들의 멘토로 나섰다. 작창 분야의 안숙선·한승석·이자람과 연출가 고선웅, 극작가 배삼식이다. 예비 작창가 4명은 최고의 개인 교사들로부터 창작 비법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집중과외’를 받을 수 있었다.

국립창극단 제작 창극의 작창을 도맡다시피 해온 한승석은 “대중음악 최신 트렌드를 꿰고 있는 젊은 작창자들이어서인지 대중음악 요소를 전통음악 속으로 맛깔스럽고 자연스럽게 녹여내더라”며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 젊은 작창가들이 새 물결로 나와 판소리의 전통과 이 시대의 음악을 새롭게 담아내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와 텍스트와 음악이 결합한 장르의 정점에 있는 형식이 판소리죠. 대사가 마음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리듬과 템포에 주목할 때 음악성이 생기는데 그 음악성을 극대화한 게 창극이란 장르고요.”(배삼식) “작가, 극작가들이 창극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면 좋겠다”는 게 <리어> <트로이의 여인들> 등 수작을 내놓은 극작가 배삼식의 바람이다.

예비 작창가들은 조금씩 강조점이 달랐다. 장서윤은 말의 붙임새에 유의했다. “판소리는 우리 이야기잖아요. 말과 이야기가 잘 들리는 쪽으로 말 붙임새를 찾는 데 세심하게 다가가려 했어요.” 유태평양의 관심은 귀에 박히는 리듬과 멜로디였다.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맴돌게 하고 싶었어요. 단순하고 반복적인 리듬이 중요한 거죠.” 박정수에겐 텍스트의 정서가 먼저였다. “텍스트 정서를 음악적으로 충실히 담아내고자 했어요. 실험적 시도도 중간에 넣어봤고요.” 서의철은 소리 이전의 이미지가 중요했다. “그림이 그려지는 소리를 만들려고 했어요. 유머와 해학적 요소도 넣으려고 했습니다.”

예비 작창자들은 그동안의 ‘과외수업’을 토대로 각자 30분 분량의 시연 작품을 창작해 시연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월10~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들의 ‘작창 공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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