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충청이여, 잠에서 깨어나라!

김현식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2022.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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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이래 일제강점기까지 늘 문화예술의 중심에 있던 충청이 오늘날 완전 변방이 되었다.

서양 것이면 양잿물도 좋다던 시절을 거치며 서울 중심의 서구문화예술 모방 발전 단계를 밟는 동안, 전통인문과 예술 중심이었던 충청이 존재감을 잃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인지 역대 충청지도자들은 영호남에 치어서 '문화예술의 중심성 회복'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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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김현식

고대이래 일제강점기까지 늘 문화예술의 중심에 있던 충청이 오늘날 완전 변방이 되었다. 서양 것이면 양잿물도 좋다던 시절을 거치며 서울 중심의 서구문화예술 모방 발전 단계를 밟는 동안, 전통인문과 예술 중심이었던 충청이 존재감을 잃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영호남은 각각 한국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인문과 예술의 정통성을 주장, 브랜드화 하는데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TK 군사정권은 정통성 확보를 위해 '한국 정신문화의 본향'을 주장하며 막대한 예산을 투자, 자긍심고취와 관광자원화에 까지 성공했다. 또, 호남세력이 주도하던 때는 호남을 예술의 중심으로 세우고자 꾸준한 투자로 사람을 키워 오늘날 '예술의 본향' 브랜드를 선점했다. 한국현대사를 끌고 온 영호남세력의 지배역사가 일정하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역대 충청지도자들은 영호남에 치어서 '문화예술의 중심성 회복'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인재도 유출되고 투자부족으로 인프라도 열악한 악순환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그사이 충청 예술계는 노령화 되고 비전과 정책 전략도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중심이 행정수도 세종시를 포함한 중부권메가시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중심'이 건설되어야 하는 때가 이른 것이다. 한강의 시대에서 금강의 시대로, 국토의 중심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영호남 분열투쟁시대에서 충청중심 국민통합의 시대로 바뀌어야 할 당위와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남은 이를 선도할 역사적 근거와 사명을 지니고 있음에도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민선7기 체육의 발전에 비해 충남문화예술의 현실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먼저, 지원사업의 주기관인 문화재단의 조직인력과 사업비는 전국 최하위권이다. 보유시설도 전무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셋방살이 하는 재단이다. 연간 사업비가 대형 축제예산 한건에도 못 미친다. 도민의 문화향유수준도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한참 미달되는 거의 1/3 수준에 불과하고, 인문과 예술에 있어 어떤 의미 있는 브랜드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중심성을 회복하겠다는 사명의식, 콘텐츠와 브랜드가 힘이 되고 돈이 된다는 새로운 사고와 전략, 그리고 이를 토대로 정치적 중심으로 나아가겠다는 야망이 없으니 투자도 없고 국비확보나 민간투자유치에도 열정을 쏟아 붓지 않은 것이다. 인문과 예술에서 코리아를 대표할 만한 문화유산이 널려 있지만 제대로 된 비전과 전략이 없어 시설유지보수나 하면서 콘텐츠와 마케팅에는 찔끔찔끔 예산을 투입, 겨우 명맥이나 유지하는 수준이니 브랜드가 형성되지 못하고 관광자원화에도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해온 것이 아닐까?

충청도하면 '양반'과 '독립운동', '계룡산'을 떠올리는 막강한 브랜드가 있고, 이를 증거 할 역사 인물 상징 콘텐츠가 널려 있다. 이를 한류시대에 대비, '선비문화와 풍류', '역사와 민족정신'을 토대로 파워풀한 콘텐츠를 만들고, 마케팅을 강화해서 문화예술브랜드로 만들어 자긍심도 고취하고 관광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스토리와 콘텐츠가 없으면 정치적 파워도 어렵고 자연조건만으로는 관광도 한계가 명확하다. 충남문화예술중흥이 시급한 이유다. 구슬이 서말인데도 꿰지를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도지휘부의 새로운 각성이 필요하고, 예술계도 타성을 벗어나 과감한 자기혁신이 있어야 한다. 충청 지식인사회도 변방의식을 벗어야 하고, 시민사회도 문화예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깨어있는 언론이라면 새로운 문화운동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변화를 간파하고 세계사의 주역으로 서겠다는 꿈을 가진 일본의 개혁엘리트들이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켜 대국 일본을 일으킨 역사를 오늘의 충청지도자들이 교훈으로 곱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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