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태원 문책 인사 요구에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 현대사회서 있을 수 없는 얘기”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사진)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같이 반문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우리 경찰이 그런 엉터리 경찰이 아니다. 정보 역량도 뛰어나고…"라면서 한 말이라고 이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불의의 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 전화를 접수하고도, 경찰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질책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이후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저는 대통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고 당시 "아마 초저녁부터, 한 오후 5시 40분, 50분께부터 사람들이 점점 모이고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가 되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다"고 했다.
이어 자유롭게 모인 인파를 통제할 권한이 없었다는 경찰 측 항변을 언급하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한 인파 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밀집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이것은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게 아니라 주(主)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되면 주도로를 당연히 차단했어야 한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할 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소방은 예방도 물론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부터 119 구급대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사고를 막는 것은, 그리고 위험을 감지해야 하는 것은 경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다든지 하는 그런 정보를 용산경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 나가있지 않았나. 112 신고가 안 들어와도 조치를 해야 했던 것 아닌가. 제도가 미비해서 대응을 못 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 이 말"이라고 추궁했다.
또 "이태원 참사가 제도가 미비해서 생긴 건가. 저는 납득이 안 된다"며 "저런 압사 사고가 일어날 상황이고 6시 반부터 사람들이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죽겠다고 하면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그걸 조치를 안 해요?"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주말이었던 사고 당일 충북 제천에 머무르고 있던 윤 청장을 향해 "이걸 철저하게 규명하라"며 "그 당시 충북의 고향에 가 있었다는 것으로 그러지 말고"라고 지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서도 "아무리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하고 청장은 관여를 안 한다고 해도 사고에 대한 행정적인 진상규명은 청장의 권한과 책임에 속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문책 인사 요구에 대해선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정확하게 가려주길 당부하겠다"며 "그 다음 (논의를) 진행하자"고 했다.
야권이 윤희근 경찰청장뿐 아니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넘어 한덕수 국무총리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데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읽혔다.
윤 대통령은 "시민으로서 본 우리 경찰의 역량에 비추어 이 사고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굳은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특히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작동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난다.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나라인데"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이 맞다"라면서도 "이것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보고 체계 등이 신속하게 (작동)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 데 대해 "국민에게 회의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하라는 대통령 지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을 지목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누구를 특정해 얘기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두 사람을 집어서 한 말이 있었다기보다 이런 사고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회의였다"며 "행안부나 경찰청뿐 아니라 유관 부처와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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