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값이 왜 이래?"…판교의 그들, 개발자 이직 특수 끝났다

이정후 기자 입력 2022. 11. 8. 06:05 수정 2022. 11. 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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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양강 네이버-카카오, 모두 3분기 영업이익 감소
IT 업계에 불어닥친 찬바람…스타트업도 영향
정용선 경기지방경찰청장이 31일 오전 경기도내 주요 국도 및 고속도로에 대한 출근길 소통 및 점검을 했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사진공동취재단) 2015.12.31/뉴스1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기준금리 인상·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거시 경제가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 2년간 급성장한 IT 업계에도 본격적인 한파가 불어닥치는 모습이다.

메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실적 악화로 인력 감축 혹은 신규 고용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는 절반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했다. 국내 트위터코리아에서 근무하던 직원들도 절반 가까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IT 기업의 겨울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I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3분기에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6개 분기, 3개 분기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최근 2~3년간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하던 IT 업계에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진행한 공격적인 채용의 부메랑으로 인건비는 전년 동기 대비 18%(네이버), 41%(카카오)씩 급증하며 각각 4335억원, 4333억원으로 집계됐다. 치솟는 인건비에 올해 초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많은 IT 기업은 채용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이번 3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하긴 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축소 및 소폭 상승하며 일단 '브레이크'를 건 모습이다. 네이버는 2분기 4337억원에서 4335억원으로 줄었으며 카카오는 같은 기간 4262억원에서 4333억원으로 2% 소폭 증가했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IT기술 컨퍼런스 '데뷰(DEVIEW) 2018'에서 개발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내외 개발자 27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는 네이버의 웹·모바일·인공지능·딥러닝·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신기술 및 서비스를 선보인다. 2018.10.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빠르게 식는 개발자 몸값…"이직 줄어든 분위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려는 모습도 보인다. 네이버는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던 공개 채용을 올해 한 차례로 축소했으며 카카오는 2023년 신입 개발자 채용을 두 자릿수 규모로 진행하며 예년에 비해 모집 규모를 줄이고 있다.

IT 기업이 밀집돼있는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인재를 확보하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처럼 채용을 줄이고 있는 만큼 경력 이직 또한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년 전의 '개발자 모시기' 열풍이 무색하게 개발자들의 몸값 거품이 빠르게 꺼져가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판교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한 때는 개발직군 이직이 활발해서 해당 직군 연봉만 인상해주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이직하는 동료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요새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주변 개발자들의 이직 소식이 뚝 끊겼다"며 "판교 소재 IT 기업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거의 없어지면서 다들 안정적인 회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신규 사업 투자 감소로 인한 불안감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신사업에 투자하기보다 기존에 잘 해왔던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면서 신사업 부서에 속한 개발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9월 스타트업 유치 통계(스타트업얼라이언스 브런치 갈무리)

◇투자 줄어든 스타트업…개발자들 도전 꺼려

이처럼 IT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스타트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비대면 특수와 함께 몸값이 뛰던 지난해 IT 업계의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스톡옵션 및 기업공개(IPO) 대박을 노리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개발자들의 도전도 줄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건수는 123건, 유입 투자금은 3816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투자는 42건에서 80건으로 늘었으나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30건→25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25건→17건 △'300억원이상' 4건→1건으로 전체적인 투자 규모가 감소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내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개발자들을 줄이고 있는 분위기다"며 "회사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도 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개발자들의 몸값이 꺼져가는 지금이 실력 있는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능한 개발자들은 호황이나 불황이나 늘 필요하다"며 "개발자들이 중요한 인재임에도 몸값 경쟁 때문에 구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나오는 개발자들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밝혔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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