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美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학생 차별은 교육 역차별의 산물?
최근 10여년간 합격생 20% 안팎 맴돌아
SAT 시험 평균 성적 767점으로 높지만
흑인 합격 학생 평균 704점과는 대조적
학교 측에서 특정 인종 비율 할당 의구심
1960년대 인종차별철폐 위해 특혜 부여
정부 발주 계약·대학교 입학 포함시켜
결국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모순 초래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국 유명 대학교에서 시행하는 소수 인종 배려 원칙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심사 중에 있다. 흔히 적극적 우대 조치(Affirmative Action)라 불리는 이 정책은 이미 대법원에 여러 차례 올라가서 위헌 여부를 다퉜던 역사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법원은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대학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공화당이 오랜 노력과 편법을 동원해 대법원을 6대 3 보수 우세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한다’고 이야기할 때는 백인이 아닌 모든 인종이 포함되지만, 교육에서는 다르다. 교육, 특히 대학 입학과 관련해서는 아시아계, 특히 동아시아 3국과 인도계는 ‘배려’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배려를 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 10여년 동안 하버드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인종을 기준으로 분류한 자료를 보면 아시아계는 꾸준히 합격한 학생의 20% 안팎을 맴돌고 있다.
미국 인구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6%가 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10여년간 하버드에 합격한 고등학생 SAT(미국의 수능시험) 성적을 보면 아시아계 학생은 총점 800점에 평균 767점을 받은 반면, 백인 학생은 평균 745점, 히스패닉 학생은 718점, 미국·하와이 원주민 학생은 712점, 흑인 학생은 704점을 받고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흑인 학생들은 700점을 간신히 넘기고도 하버드 진학을 꿈꿀 수 있다면, 아시아계 학생은 750점으로도 어림없다는 얘기다.
오랜 노예 정책과 그 뒤를 이은 분리 정책을 실행해온 미국은 196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비롯한 많은 인권운동가와 시민의 노력으로 인종차별을 해소하기로 방향을 바꿨지만 워낙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스며 있는 차별이 실정법이 마련된다고 해서 바뀌진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가령 학교가 흑인과 백인 학생들을 분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뒤떨어지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흑인 아이들이 대학교에, 그것도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 결과, 법은 차별을 금지하지만 대학교 캠퍼스가 백인 학생들로 가득한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차별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1960년대 미국 정부는 적극적 우대 조치에서 그 답을 찾았다. 흑인들은 태어나 자라는 환경에서, 그리고 흑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이미 차별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에게 특혜를 주어 우대해야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대 조치의 대상에는 정부가 발주하는 계약과 대학교 입학이 포함되었다.
이를 앞장서서 추진한 사람은 린든 B 존슨 대통령이다. 흔히 존 F 케네디를 진보적인 대통령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당시 미국 사회가 진보로 돌아섰던 건 케네디 암살 이후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존슨 대통령이 진보 입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회의 평등(equal opportunity)으로는 불충분하고 적극적 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보기에 따라서 존슨 대통령 주장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수정 헌법 14조는 “(어떤 주도) 개인에 대한 법의 동등한 보호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조항은 남북전쟁 후에 애초에 노예 출신 흑인과 그 후손 권리를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존슨 대통령과 진보 진영의 주장처럼 실질적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특정 인종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면 이는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인에 대한 ‘역차별(reverse discrimination)’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만으로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없다. 법원은 특정한 주장이나 이론을 심리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곳이다. 따라서 이런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서 위헌소송을 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사건을 찾아내어 법원으로 가져간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것이 1978년 ‘캘리포니아주립대 대 바키 사건(University of California v. Bakke)’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UC Davis) 의대에서는 특별 소수자 전형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년 100명의 학생이 의과대학원에 들어오는데, 그중 16명을 소수 인종에게 할당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1973년을 기준으로 일반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의 학점이 평균 3.49인 데 비해 특별 소수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평균 2.88로 눈에 띄게 낮았다.
그런데 이 대학원에 앨런 바키라는 백인 남학생이 지원한다. 바키는 미 해병대 출신으로 학부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는데, 학점이 3.46이었다. 일반 전형 평균에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특별 전형 학생들, 즉 흑인 학생들에 비하면 훨씬 높았다. 그는 의과대학원 진학에 실패한다. 그것도 두 번이나.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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