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자신의 사업 모델이 탄탄한지 테스트하는 방법[박찬희의 경영 전략]

2022. 11.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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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대체 압력 등 사업을 위협하는 4대 요인들 꼼꼼히 살펴야

[경영 전략]


열심히 일하는 데 남는 것은 없고 매일 새로운 고민에 시달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간다. 그래서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게 된다. 돈이 돈을 번다는데 오히려 이자 갚느라 허리가 휘니 더욱 심란하다.

그런데 막상 그럴듯한 사업이 있다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올지 모르고 하루아침에 원재료 공급이 끊기거나 판로가 막혀 버리곤 한다. 조물주와 동격이라는 건물주도 난데없이 임차인이 망해 나가고 대출이 막혀 난감해질 때도 있다.

전략은 미래를 만드는 일이고 있는 사업 지키는 데 급급해서는 기회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성을 지켜야 공격도 한다’고 사업이 흔들려 발밑이 무너지는 일은 없는지 살펴보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퇴근길에 졸다가도 쉽게 사업의 위협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4가지 테스트를 생각해 보자.


모방과 대체 압력

경영자의 시각에서 회사의 사업 모델은 바꾸기 어렵고 적어도 상당 기간 안고 가야 한다. 그래서 미리 세심하게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며 어떤 위협 요인이 있는지 챙겨 봐야 한다. 사업 모델은 제품과 서비스, 커버하는 사업 활동의 내용과 지역 등의 범위(scope)를 조합한 개념이다. 커피집을 하나 열어도 메뉴를 어떤 범위까지 제공할지, 매장 판매와 배달 주문, 방문 서비스를 어디까지 직접 하거나 외주로 맡길지 정해야 한다. 원두만 따로 팔거나 직접 가공하는 일도 할 수 있다.

첫째 위협 요인은 모방(imitation)이다. 아프리카에 최고급 커피 원두 공급처를 확보하고 전문 인력을 구해 색다른 개념의 커피집을 열었는데 비슷한 커피집이 근처에 생긴다면 난감한 일이다.

애써 최고급 커피의 남다른 가치를 알리느라 광고에 TV 출연도 하고 이벤트 행사도 열었는데 막상 후발 주자는 이렇게 형성된 소비자의 인식에 편승하고 개척한 판로에도 접근해 파고들 수 있다.

품질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데도 소비자들이 판단을 못하거나 오히려 참신한 광고나 홍보로 더 그럴듯해 보인다면 난감하다. 수십조원을 들인 신규 사업이라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모방에 대한 대응이 진입 장벽이다. 남들이 따라하기 어렵게 핵심 정보와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혹한 보복을 통해 싹을 자르는 방법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대응은 모방의 가능성을 찾아 미리 길목을 막는 일이다.

고가 패션 브랜드가 중저가 라인을 따로 두면 (다른 목적도 있지만) 디자인을 모방하는 하위 사업자들의 몫을 빼앗는 효과가 있다. 특허를 통해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을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빈틈이 많아 법에 기대 경쟁을 막기 어렵고 출원 과정에서 정보가 새는 경우도 있다.

둘째 위협 요인은 대체(substitution) 압력이다. 맥도날드의 가장 큰 위협은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몸매와 건강 때문에 햄버거를 먹지 않는 생활 습관의 변화다. 세계 최고의 대머리 치료제도 좋은 가발이 나오면 타격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 대머리가 유행이면 아무 쓸모가 없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나오면 기존에 시장을 지배하던 강자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데 대부분 이런 대체 압력 때문이다.

컴퓨터 저장 장치의 예를 생각해 보자. 플로피 디스크에서 CD로, 다시 USB 메모리로 바뀌고 다시 클라우드 공간의 온라인 저장도 쓰인다.

핵심 역량 운운하며 세계 최고의 CD 제조 업체가 돼도 이런 변화에 무력할 뿐이다. ‘파괴적 혁신’은 눈앞의 시장에만 근시안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읽으라는 뜻이고 ‘일시적 단기적 우위(transient advantage)’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산업들 사이의 연결에 주목하고 꾸준히 다양한 실험적 노력을 계속하라는 얘기다.


뺏기는 돈(hold-up)과 새는 돈(slack)

셋째 위협 요인은 관련된 사업 파트너들에게 사업적 이득을 뺏기는 홀드 업(hold-up)이다. PC 제조 업체는 소비자에게 받은 돈을 대부분 중앙처리장치(CPU) 프로세서와 운영 체계(OS)에 뺏긴다. PC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주요 애플리케이션들도 OS 사업자에게 돌아간다.

아무리 벌어도 뺏기는 돈이 크니 서럽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의외로 많다. 앞에서 본 아프리카 원두커피 사업도 원두 공급업자가 공급 가격을 올리거나 직접 커피집을 열 수 있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크게 올릴 수도 있다.

종합무역상사가 위세를 떨치던 시절, 당시로선 언어와 해외 정보 등에 앞선 전문성에 더해 무역 금융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손에 쥔 상사에 한국의 제조 기업들은 이익의 큰 부분을 뺏기는 ‘을(乙)의 설움’을 겪은 바 있다(물론 그런 덜 공정한 제도를 통해 경제를 일으켰고 제조 기업들도 돈 벌어 부자가 됐지만 원래 설움은 상대적 지위에서 시작된다).

홀드업은 갑(甲)이 되는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 OS가 관련 사업자와 사용자의 대세가 되면 이 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가둠(lock-in)’ 현상이 발생한다. 인텔의 예에서 보듯이 CPU 프로세서 사업자가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PC 제조 업체를 제치고 직접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 내면 PC 제조 업체는 더 많은 마진을 뺏기게 된다.

넷째 위협 요인은 내부에서 새는 돈(slack)이다. 경영진의 태만이나 빼돌리기, 더 좋은 방향으로의 혁신을 가로막는 조직 내 이해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회사 지분 1%를 가진 경영자가 자기가 30%를 가진 회사에 유리한 계약으로 사업 이권을 빼돌리면 회사는 멍이 든다. 회사 비용을 마음대로 쓰고 회사 비행기를 혼자 타고 다녀도 마찬가지다.

용기를 잃은 경영자가 만만한 수하들을 부리며 가진 것이나 지키려고 들고 그 수하들은 눈치껏 부스러기 권력을 누리는 회사는 너무나 많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는 데도 기존의 납품, 판매의 기득권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모르는 일은 피하며 편히 살려는 사람들은 여기에 기생하는 경우도 많다.

수백 개에 달하는 사업부가 얼기설기 엉켜 투자자는 물론 경영자도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 수 없는 회사는 아무리 회식비와 출장비를 쥐어짜 봐야 이렇게 망가진다.


위협을 기회로

지금까지 내용은 인도계 경영학자이자 컨설턴트인 판카즈 게마와트가 제시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조건을 요약한 것인데 사실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에 나오는 산업 분석과 비슷하다.

다만 경쟁 전략의 여러 변수들을 4가지 위협 요인으로 압축해 빠른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복잡한 모델이 학술 논문 게재용이라면 쉽고 간편하게 직관을 돕는 분석 틀은 경영자의 벗이다.

이렇게 여러 개의 위협 요인을 생각하면 사업해 돈 벌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위협 요인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예에서 보듯이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남들과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면 판 자체를 바꿀 수 있고 애플과 같이 프로세서와 OS, 주변 기기까지 자신의 생태계 안에 둬 사용자와 관련 기업들을 포획해 버리는 홀드업의 이득을 얻을 수도 있다. 유능한 경영자는 이해관계의 틀을 새로 짜 적극적 참여와 이득 배분을 가능하게 만든다.

앤디 그로브 인텔 창업자는 “경영자는 늘 어디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지 편집증 환자처럼 고민해야 마땅하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의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을 잡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미리 내다보고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라는 얘기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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