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층 세대 동의도 구해오라니”… 서울시의 ‘반쪽짜리’ 반지하 매입 사업

오은선 기자 2022. 1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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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올해 태풍 피해 대책으로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한편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세대 주택의 경우 건물 지상층 세대까지 전부 매입하는 '통매입'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가구주택도 주인이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는 구조가 대부분이라 서울시에 매도하려고 하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되고, 구분 등기인 다세대주택 집주인들도 서울시 매입에 동참할 유인이 적어보인다"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는 접근방식은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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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태풍 피해 대책으로 반지하 주택 매입 공고
등기 구분된 다세대 주택도 ‘전 세대’ 집주인 동의 필요
지상층은 매도 유인 떨어져… “적극성 갖기 어려울 듯”

# 서울 동작구에 반지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김모(53)씨는 최근 집의 처분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름철 물난리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역전세난이 시작되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매각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김씨는 서울시에서 반지하 주택을 매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감을 가졌지만,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 지상층의 동의를 전부 받아 통째로 팔아야만 서울시가 매입한다는 것을 알게 돼서다. 김씨는 “지상층 집 주인들은 매도할 의사가 전혀 없고 설득도 어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해 태풍 피해 대책으로 저지대 주거용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한편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세대 주택의 경우 건물 지상층 세대까지 전부 매입하는 ‘통매입’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층 세대는 매도할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이렇다할 유인책도 없어 사실상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한 반지하 거주지의 모습. /뉴스1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반지하주택 매도 희망자로부터 신청서를 받는다. 침수이력이 있는 반지하주택, 서울시에서 8월16일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 요청한 자치구 내 반지하 주택, 지반이 지층에 3분의2 이상 묻힌 반지하 주택 등이 우선 매입 대상이다. 다가구 주택과 다세대 주택, 연립 모두 매입 대상이다.

동작구는 서울시가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 요청한 자치구다. 김씨가 소유한 반지하 주택의 경우 우선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만, 서울시가 ‘통매입’만 진행해 단독으로는 팔 수가 없다. 지상층 소유자 모두가 팔고 싶을 때만 매각이 가능하다.

김씨는 “금리 때문에 전세가 안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태풍 피해 이후 반지하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져 월세나 반전세로 내놔도 보러오지 않는다”면서 “집은 계속 비워져 있는데 서울시에 매도하는 일도 물건너갔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5일 반지하주택 매입 사업설명회를 열고 기축 반지하 주택을 매입한 다음 침수방지시설 설치 등 개보수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매입을 하는 이유는 지상층은 주거공간, 지하층은 커뮤니티 시설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사업용으로 주택을 활용해야하기 때문에 통매입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 주택에 보급된 물막이판의 모습./김민소 기자

그러나 서울시는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된 이후 반지하주택 매입공고문을 수정하고 ‘다세대, 연립의 경우 반지하 세대 포함 전체 세대의 1/2이상 매입’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혼란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반쪽짜리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팔 생각이 없던 지상층 소유주를 설득할만한 유인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사기간 동안 집주인은 인근 매입임대 이주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자일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 주택 매입가격도 공사가 선정한 2개 감정평가법인에서 평가한 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감정평가는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더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팔 만한 이유가 없다. 서울시는 감정평가 역시 집주인과 협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다가구주택도 주인이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는 구조가 대부분이라 서울시에 매도하려고 하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되고, 구분 등기인 다세대주택 집주인들도 서울시 매입에 동참할 유인이 적어보인다”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만들겠다는 접근방식은 괜찮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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