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野 단독으로 진행되나…與, 난색
민주·정의, 10일 본회의서 국정조사 보고 방침…'난감한 국힘'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야권 단독으로 국정조사 요구서가 발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지난 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논의했지만, 시기와 방법 등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가 불발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저희도 국정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다만 신속한 증거 확보가 수사 관건인데 강제적 수단을 동원한 수사가 어느 정도 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할 때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사가 진행되는데, 국정조사로 관계자가 불려나오는 상황이 수사에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문제를 모두 드러내서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두 번 다시 그런 책임방기나 직무 유기가 일어나지 않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진실을 물어야 할 시간"이라며 "이미 수사대상으로 돼 있는 정부·경찰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국민이 주어진 책무를 다해서 진실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모을 때"라고 빠른 국정조사 수용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수사 중이라서 방해가 된다, 혼선을 빚는다고 하는데 이미 세월호 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삼풍백화점 붕괴,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이미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함께 국정조사가 동시진행된 바 있다"며 "지금은 지체없이, 성역없이 진상을 밝혀서 국민의 울분을 해소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민생이고 또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정의당 역시 '지금이 적기'라며 국민의힘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의혹투성이고, 사실을 감추려는 시도들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수사당국을 믿을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당장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제안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야당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느니 , '정치공세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느니, 원인 규명을 오히려 어렵게 하는 의혹 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의혹이 풀리지 않고 감추려는 시도가 있고 수사당국을 믿을 수 없는 지금이 국민의힘 말대로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 오는 1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8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주 안에는 (발의가) 돼야 한다"며 "국가 재난위기 관리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고 총체적 부실인데 국정조사로 안 하면 뭘로 밝혀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당과 합의 없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발의할 가능성에 대해 "(여당을) 최대한 설득해볼 것"이라며 "(10일) 본회의 전에 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계"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국정조사는 재적의원(299명)의 4분의 1 이상 동의로도 발의가 가능하다. 이번 주 내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국정조사를 발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선뜻 동의할 수도, 그렇다고 강하게 반대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모양새다. 야권 단독으로 국정조사가 발의된다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기도 하지만, 정부와 경찰의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조사 필요성이나 범위, 수사 진행이나 여러 상황을 보면서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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