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게 경제적"…'인류의 축복'이라 불린 플라스틱 퇴출 이유

파리=최경민 기자 2022. 1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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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다이어리] 1. 플라스틱 제로 시티-③플라스틱 순환경제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베호닉 히오통 프랑스 하원의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파리 팔레 부르봉에 위치한 자신의 의원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없애가고, '순환경제'를 달성하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경제적이냐고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프랑스 '낭비방지 순환경제법'(Loi anti-gaspillage pour une economie circulaire, 이하 순환경제법)의 발의·통과에 기여한 집권여당 르네상스의 베호닉 히오통 하원의원(Veronique Riotton)과 순환경제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Economie Circulaire)의 위고 콘즐만(Hugo Conzelmann) 연구원은 모두 이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2020년 발효된 이 법에는 프랑스의 야심찬 친환경 비전이 모두 담겼습니다.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사용량 20% 감축을 달성하고 2040년에는 아예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빨대·포크·컵뚜껑 등의 사용이, 올해부터는 대다수 과일 및 야채에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됐습니다. 이밖에도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접시 사용 금지(2023년)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하는 의료용품 판매 금지(2024년) △신형 세탁기에 플라스틱 미세섬유 필터 장치 장착 의무화(2025년) 등이 실시됩니다.

2022년 1월 1일부터 플라스틱·비닐 포장이 금지된 과일과 야채 종류 안내 그림/사진=르 파리지앵 캡처

플라스틱은 그 자체가 경제성·효율성의 상징입니다. 썩지 않고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인류의 축복'으로 불렸을 정도입니다. 그런 플라스틱을 이렇게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는 게 '친환경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게 '더 경제적'이라고요? "경제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플라스틱을 퇴출시키자"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오히려 "경제를 위해 플라스틱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히오통 의원과 콘즐만 연구원의 말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는 자원을 계속 사용하고 있지만, 자원은 계속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을 우리가 다시 재활용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기존에는 자원을 뽑아와서, 생산과정을 거치며, 그걸 사용하다가 폐기하고, 소멸시켜왔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지구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자원을 재생산할 수 있게 순환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답입니다."(히오통 의원)

"자원을 변환해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70%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적인 이유는 경제와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 오염에 따라 재난이 생기면, 전세계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의 사용을 줄여서, 더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콘즐만 연구원)
위고 콘즐만 순환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3구 떵플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순환경제'로 1000만명분 에너지 확보
순환경제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경제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는 말인 셈입니다. 프랑스의 야심이 담긴 이 법의 이름이 '순환경제법'인 이유입니다.

그래서 순환경제법은 '저감'(Reduce)뿐만 아니라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 모두를 이른바 '3R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퇴출 외에도 △최대한 물건을 수리해 쓸 수 있도록 품질보증기간 확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 100% 달성 등이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각종 산업에서 아직까지 플라스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산업과 소비 패턴의 변화입니다. 생산에서 폐기까지 수평적으로 진행되던 기존 패턴을 '순환 모델'로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의미입니다. 히오통 의원은 "자원화, 생산, 폐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거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이 법의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프랑스의 플라스틱 소비 현황과 재활용 효과./사진=CITEO의 2022년 9월 보고서 인포그래픽 캡처 후 한글로 번역

그렇다면 '순환경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플라스틱 제로 정책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비영리 기업인 씨테오(CITEO)에 따르면 플라스틱 1톤을 재자원화하는 것은 2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이는 자동차로 2만㎞를 달릴 수 있는 수치입니다. 전기로 따지면 8500킬로와트시(kWh)를 절약하는 것인데, 이는 프랑스 2가구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에 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해마다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500만톤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 중 24%인 120만톤이 가정용 포장재입니다. 이의 절반만 재활용할 수 있다면 120만 가구의 1년 사용량에 버금가는 전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목표인 '100% 재활용'을 달성하면 240만 가구에 달하는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4인 가족으로 치면 1000만명분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를 가정용 포장재 외에 각종 산업에까지 확대하면 수치는 더욱 올라가겠죠.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달성은 전 국가적인 시스템의 변혁과 관련한 일입니다. 국가와 지자체는 정책 등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기업은 책임감있는 생산·유통을 해야 하며, 소비자 역시 소비 패턴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모든 축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 그 어느 국가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당장 프랑스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갈 길이 먼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점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하나의 비전을 향해, 국가와 시장과 국민이 함께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불편함을 감수한 채 마트에 줄을 서서 과일·채소를 종이 봉투에 담아 직접 무게를 재고 있는 파리지앵·파리지앤느들에게서 변화의 바람을 느낍니다.

콘즐만 연구원은 "이제 시작이다. 성과가 나오기까지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시작한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히오통 의원은 "2040년까지 '제로 플라스틱'을 달성하기 위해 3R 원칙을 더 존중할 수 있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생산부터 소비까지, 각 분야별로 더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부터 프랑스에서는 채소·과일 대부분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이 금지됐다. 이 조치로 프랑스 정부는 연 10억개에 달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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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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