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벤투호 가장 조용한 전쟁, '3번 GK' 주인은 누가?
[스포티비뉴스=파주, 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의 마지막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격은 손흥민(30, 토트넘 홋스퍼)의 부상에 가려져 있지만, 최전방부터 2선의 얼굴을 찾기 위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고 중앙 미드필더도 마찬가지다.
수비는 중앙 수비수 김민재(26, 나폴리)가 소속팀에서 듬직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주고 있어 믿음이 있지만, 좌우 측면 수비진이 많이 지친 상태로 벤투호에 합류해 걱정이 큰 것이 사실이다. 경험이 풍부한 이용(36, 수원FC)이 더는 불리지 않으면서 큰 경기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중압감이 큰 월드컵을 견딜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최후의 보루인 '1번'으로 상징되는 주전 골키퍼 장갑을 누가 끼느냐도 중요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는 김승규(32, 알 샤밥), 조현우(31, 울산 현대)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다. 선방 능력이 뛰어난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고 독일전 2-0 승리 당시 놀라운 볼 걷어내기를 보여주며 포효했다.
대회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승규가 1번 골키퍼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다.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 원정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고 대회 직전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본선에서 최종 선택은 조현우였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수문장 선발 싸움이다.
이들의 경쟁은 4년이 훌쩍 지나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안정적인 빌드업을 추구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략에서 김승규가 한발 앞서가는 모양새다.
물론 조현우도 아주 외면당하는 것은 아니다. 7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일본전에 선택받았다. 다만, 9월 A매치는 부상으로 김승규가 풀타임을 모두 소화했다. 조현우에게는 마지막 인상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7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열린 훈련에서도 이들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취재진의 관심이 온통 필드플레이어를 향해 더욱 고독한 싸움으로 보였다.
물론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려웠다. 킥력이라면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비토르 실베스트레 코치가 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고 있었다. 초반 훈련부터 몸을 던져 막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렸다. 서로의 움직임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4년 전과 달리 최종 명단 발표 직전까지 4명이 경합 중이라는 점이다. 예년 월드컵 준비라면 골키퍼는 사실상 3명이 뽑혀 무혈입성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구성윤(28, 무소속)과 송범근(25, 전북 현대)이 카타르행을 위해 죽도록 노력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최종 선발 명단을 26명으로 기존 대회보다 3명이 늘었다. 골키퍼 역시 3명에서 4명 승선도 가능하다. 벤투 감독이라면 충분히 4명으로 카타르행을 계획할 가능성도 있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과정에서도 4명이나 소집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부상으로 공격수 한 명이 더 필요해진 상황이라 4명 선발은 무리수인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3명으로 뽑힌다 가정하면 주전 다음 후보인 2번이 아닌 사실상 연습 파트너 '3번' 골키퍼라도 누군가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4년 전에는 김진현(35, 세레소 오사카)이 3번 골키퍼로 본선에 동행했다.
구성윤과 송범근 모두 올해 K리그1을 누볐던 자원이다. 다만, 구성윤은 지난 9월 김천 상무에서 전역 후 대구FC와 계약을 해지하고 일본 J리그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송범근은 올해 전북의 골문을 지키느라 체력이 떨어졌다. A매치 경험도 E-1 챔피언십 홍콩전이 전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 누가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다.
송범근을 응원하는 한국 축구 전설의 수문장 이운재 전북 골키퍼 코치는 중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전을 못하더라도 3번 골키퍼로 월드컵에 가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어떻게 대회를 준비하고 또 큰 경기에서 경기 흐름이 이어지는지, 선배나 상대 골키퍼의 경기력은 어떤지 눈으로 보는 그 자체가 모두 좋은 경험과 큰 자산이다. 그래서 송범근이 미래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서라도 3번 골키퍼로라도 꼭 카타르에 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결국 4년 뒤를 위해서라도, 당장 김승규와 조현우의 자리를 넘지는 못해도 꼭 살아서 카타르 경험을 해야 하는 구성윤과 송범근이다. 시선 밖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웃을지, 이들의 운명은 닷새 뒤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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