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인터뷰] 스포트라이트 기다리는 '제2의 조현우' 선문대 최형찬, "승부차기만 하면 설레요!"
(베스트 일레븐=서울)
오늘날의 골키퍼는 11명 중 1명이라는 '명확한 1인분'으로 기능한다. 그저 막기만 하는 반쪽짜리 임무에서 탈피해, 좋은 발을 활용해 공격에도 관여해야 한다는 관념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머나먼 옛날 레프 야신부터 내려져온 이른바 '발 잘 쓰는 수문장'의 개념과 계보는, 현대 축구에 접어들어 마누엘 노이어가 나타나며 적극 확장됐다. 발을 쓰는 골키퍼들의 출현과 성장은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발밑 좋은 문지기'들을 찾는 흐름이 가속화했다. 당장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부터 그런 유형을 선호한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지금 자라나는 골리들 중에선 발 좀 쓰려고 하는 이들이 많다. 또한 그런 캐릭터가 눈에 드는 것도 자연스럽다. 선문대학교의 골키퍼 최형찬은 그런 의미에서 '또래의 선두 그룹'에 속한다.
선문대학교는 현역 국가대표 골키퍼인 조현우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조현우 이후 간만에 크게 될 문지기가 나타났는데, 그게 최형찬이다. 대학교 1학년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던 최형찬은 2022년 들어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어필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 축구 U-23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도 누렸다. 젊은 골키퍼 치고 보기 드문 발의 감각은 당연하다는 듯 최형찬을 보다 큰물로 끌어당겼다.
<베스트 일레븐>은 한국의 미래를 빛낼 수문장인 최형찬을 미리 만나봤다. 190㎝라는 늘씬한, 골키퍼로서 황금의 신체조건을 지닌 최형찬은 '제2의 조현우'라는 타이틀을 넘어 언젠가 최형찬이라는 이름 석 자를 축구계에 새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b11: 한·일 축구 정기전인 덴소컵에 대학 대표 골키퍼로 다녀왔어요
최형찬(이하 찬): 나라를 대표한다니까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사실 덴소컵 이전까지는 연령별대표팀에 한 번도 뽑힌 적이 없었거든요. 어렸을 때는 그렇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어요.
b11: 언제쯤부터 기량이 올라온 거 같아요?
찬: 중학교 때까지는 골키퍼 중에서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어요. 평범함도 못 미쳤어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키가 많이 크고, 좋은 코치님들을 만났고, 고등학교 때는 솔 FC에서 빌드업을 하는 축구까지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대학교에 갔고, 게임을 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b11: 선문대학교도 빌드업을 하는 팀이잖아요. 잘 맞았을 거 같아요.
찬: 고등학교 때 빌드업을 배웠고, 선문대학교에서도 그런 모습이 감독님께 어필이 잘 됐던 거 같아요. 1학년 때는 먼저 있던 형이 안타깝게도 부상을 당해 우연찮게 제게 기회가 왔어요. 물론 경쟁하려고 열심히 노력도 많이 했죠. 그렇게 1학년 시즌부터 경기를 많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b11: 대학교에서 3년을 했잖아요. 어떤 기억으로 남았나요?
찬: 처음엔 충격이었어요. 고등학교 무대랑 완전히 템포가 다르더라고요. 너무 빨랐거든요. 전투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그래도 선문대학교는 예쁜 축구, 빌드업을 추구하는 팀이었어요.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b11: 내가 지금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골키퍼다, 그런 걸 언제 느꼈나요?
찬: 일단 덴소컵에 뽑혔을 때가 좋았어요. 뿌듯하기도 했고요. 너무 가고 싶었거든요. 누구나 대표가 되고 싶잖아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아무래도 프로에 있는 선수들이 갈 확률이 높으니, 대학생들이 대표가 될 수 있는 건 덴소컵 같은 대회랍니다. 포털에서 선발 명단을 확인했는데, 믿기질 않았어요. 밥 먹으려고 식당에 갔는데 친구들이 "너 덴소컵 간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날이 8월 27일었어요.
b11: 8월에 추계대학축구연맹전 활약도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찬: 대학 와서 몸이 가장 좋았던 때였어요. 일단 감독님이 자신감을 실어주셔서 고마웠고요. 실제로도 대회 7경기를 2실점으로 막아냈어요. 와중 승부차기를 두 번 했는데, 두 번 다 두 개씩 막았어요. 전 사실 승부차기만 하면 너무 설레요. 승부차기는 골키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잖아요. 그래서 너무 설레요.
b11: 나름의 승부차기 비결이 있나요?
찬: 일단 연습을 많이 하고, 그리고 연구를 합니다. 상대할 키커들의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요. 주로 어디로 차는지, 그리고 볼을 똑똑하게 차는 유형인지 힘으로 하는 타입인지. 그런 걸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골키퍼 선생님들께 배운 노하우를 취합하고, 제가 생각했을 때 활용도가 높은 것들을 골라내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심리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져요.
b11: 선문대학교 출신이다 보니 '제2의 조현우'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찬: 어디 상 받으러 가면 다들 "오, 제2의 조현우"라고 하세요. 그래도 부담은 많이 안 돼요.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조현우 선수는 정말 손꼽히는 골키퍼중 1명이에요. 배우고,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b11: 추계 대회의 활약, 덴소컵 발탁에 이어, 10월엔 마침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대표팀에도 선발됐어요.
찬: "또 오고 싶다"라는 동기부여가 생기더라고요.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이하 파주 NFC)가 정말 좋았습니다. 진짜 축구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뭔가 신성했어요. 그곳의 잔디를 밟아보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달콤했던 꿈같았습니다. 꼭 다시 가고 싶어요.
b11: 해외 골키퍼들 중에는 누구 좋아해요?
찬: 요새는 바르셀로나의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겐이나 아스널의 아론 램스데일이요. 그리고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도요. 마누엘 노이어도는 지금 봐도 충격적이에요. 그렇게 위로 올라가는 게 골키퍼에게도 체력적으로 쉬운 게 아니거든요.
b11: 골키퍼로서 발은 자신 있는 편인가요!
찬: 네. 웬만하면 공을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들고 멀리 차기보다는 내려놓고 패스로. 길게 가기보다는 짧게 동료의 발에 내주려고 합니다.
b11: 좋은 일이 많았던 2022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거 같아요?
찬: 운이 좋았어요. 운이 많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얻었어요. 아직 너무나 부족한 골키퍼지만, 잘 버티니까 좋은 일이 생기는 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버텨봐야죠. 2023년엔 프로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11: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해요!
찬: 많은 팬분들이 제 이름 한번 외쳐주는 걸 듣는 게 꿈입니다. 그걸 늘 추구하고 있어요. 저는 팀 전술을 잘 이해하고 동료들을 리딩하는 데 장점이 있는 골키퍼입니다. 골키퍼는 막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상황까지 오게 만들지 않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자신감이 있습니다. 아직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최형찬을 많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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