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 않겠다"는 용산구청장, 경찰 입건…혐의는

전준우 기자 2022. 11. 8. 05: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사상자 353명 발생 책임
사고예방대책 수립·발생 전후 업무수행 등 중점수사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지난달 29일 밤 압사 사고로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부실 책임으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8일 경찰과 서울 용산구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경찰에 입건됐다. 박 구청장의 업무상 중대한 과실로 사상자 총 353명(사망 156명, 부상 197명)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용산구청이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재난 책임 관리기관으로 유관기관에 협조 요청을 했는지,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했는지, 사고 발생 전후 각 부서별 공무원이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 구청장은 지역 관할인 이태원 일대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에 대비해 사전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참사 당일 동선부터 사고 이후 용산구의 부실 대응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전부터 부친의 고향인 경남 의령군을 방문해 집안 제사에 참여한 뒤 당일 오후 8시20분쯤이 되어서야 구 관내로 복귀했다.

애초 용산구는 자매도시인 의령군 측에서 지역축제에 참여해달라는 초청이 있어 다녀왔다고 해명했으나 축제 개막식인 지난달 28일 '영상 축사'로 대신하고 29일에는 의령군수와 10여분간 면담만 했다고 정정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지난달 27일 열린 대책회의도 부구청장 주재로 열렸다. 박 구청장은 "관례상 부구청장이 주재한 것"이라고 했지만 성장현 전 구청장 재임 당시에는 구청장이 직접 주재해왔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눈가를 닦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박 구청장이 서울에 도착한 뒤의 동선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8시20분 관내로 복귀해 차에서 하차한 지점은 이태원 퀴논거리로, 참사 발생 지점에서 100m 안팎의 거리였다.

더욱이 박 구청장은 귀가한 이후 참사 당일 오후 9시 전후로도 한번 더 퀴논거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 자택은 퀴논거리 인근으로, 현장 점검이 아닌 단순한 귀갓길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박 구청장은 이후 구 차원의 조치나 경찰·소방 등 협조 요청을 취하는 대신 권영세 통일부 장관(국회의원)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는 글을 올리는데 그쳤다.

박 구청장은 구청 직원이 아닌 주민으로부터 오후 10시51분 문자 메시지를 받고 처음으로 참사 사실을 알았다.

용산구 CCTV관제센터가 참사 당일 경찰이나 행정안전부에 한 건도 상황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CCTV 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요원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경찰서나 행안부 상황실로 상황을 전달하도록 되어 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행안부는 내부 검토 후 당일 오후 10시53분에 서울시와 용산구에 철저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하고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한 시간여 뒤인 오후 11시56분, 용산구는 서울시보다도 늦은 다음 날 오전 0시11분에서야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박 구청장은 전날 국회에 출석해 "유가족과 국민께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애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규명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해 긴급 구조활동을 벌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유가족에게 또다른 상처를 드릴까 염려해 언론 질문에 답변도 못 드렸다. 죄인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뜻인지 묻자 박 구청장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구청장의 무한한 책임"이라면서도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제 마음의 책임"이라고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책임이 밝혀지면 사퇴하겠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질의에는 "진상조사에 잘 응하겠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junoo568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