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단풍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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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그 열매가 빨갛게 익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풍파가 있었는지를 인생사에 빗대어 절묘하게 읊은 명문이다.
그렇게 우보(牛步) 걸음을 하면서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든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도시 생활권에 다다르고, 남녘 땅끝을 불타게 하는 것이다.
만물을 이롭게 하는 자양분이면서도 이익을 다투는 일 없이 흐르는 물(水)이 무위(無爲)의 도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면 단풍 또한 그에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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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은 그 열매가 빨갛게 익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풍파가 있었는지를 인생사에 빗대어 절묘하게 읊은 명문이다. 단풍 얘기를 하겠다고 하고는 대추 시구부터 꺼내 든 것은 단풍이 물드는 이치가 꼭 닮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만산홍엽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9월 말 설악산 대청봉(1708m)에서 시작된 단풍이 어느새 도시 생활권까지 내려앉았다. 어느새라고 했지만, 사실 단풍은 느릿느릿 급할 것 없이 여유롭게 우리 곁으로 다가선다. 산행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해발 고저(高低)에서는 시속 2m, 하루 평균 40∼50m를 내려오고, 북에서 남으로 위도상 이동을 할 때는 시속 900여m, 하루 20㎞ 정도를 옮겨간다. 그렇게 우보(牛步) 걸음을 하면서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든 지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도시 생활권에 다다르고, 남녘 땅끝을 불타게 하는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던가. 만물을 이롭게 하는 자양분이면서도 이익을 다투는 일 없이 흐르는 물(水)이 무위(無爲)의 도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면 단풍 또한 그에 못지않다. 태풍과 무서리, 땡볕 등 온갖 시련을 감내하면서 무르익어 만인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하면서도 오직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단풍이야말로 선(善)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지위의 고하,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아무 대가 없이 황홀한 추색(秋色)을 누릴 권리를 선물하고, 결국은 거름이 되는 홍엽귀근(紅葉歸根)의 이치 또한 각박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혹자는 사철 푸른 소나무에 빗대 단풍을 ‘변절의 상징’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로남불’과 야합, 모르쇠 변명이 판치는 오늘의 세태에 빗대어 보자면,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큰 즐거움을 선물하는 단풍의 변색, 변절이야말로 오히려 교훈적 존재가 아니겠는가.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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