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예은 "발끝 하나에도 감정 듬뿍…'지젤' 데뷔 두근거려요"
기사내용 요약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지젤' 첫 무대
"섬세한 표현력 중요…새로운 모습 변신"
2012년 입단해 10년차…"하나하나 도전"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젤'이 무대에서 문을 열고 처음 등장한 순간, 짜릿해요. 두근거리고 설레죠. 알브레히트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나오는데, 두리번거리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춤을 춰요."
오는 11~13일 공연하는 '지젤' 무대에 데뷔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가 예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세 가지 작품 중 하나인 '지젤'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정말 좋아하고 너무나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행복하다. 욕심도 나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며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기는, 저만의 지젤을 만들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레리나들의 '꿈의 작품'으로 꼽히는 지젤은 낭만주의 발레의 대표작이다. 극적인 드라마와 서정적인 안무는 물론 깊이 있는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순박한 시골처녀 지젤은 신분을 속인 귀족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배신감에 몸부림치며 죽음에 이른다. 그 뒤 숲속을 지나는 남자들을 유혹해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하는 처녀들의 영혼인 '윌리'가 된다.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박예은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다. 힘 있고 화려한 기술의 '테크니션'으로 통하는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변신을 예고했다.
캐스팅은 여름에 확정됐다. 희극 발레로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을 연기한 '고집쟁이 딸'을 보고 강수진 단장이 그를 지젤의 새 얼굴로 낙점했단다. "그날 집에서 홀로 파티를 했다"고 웃으며 "테크닉보다는 표현력이 중요한 만큼 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1막의 순수한 지젤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알브레히트의 배신에 상처와 충격을 받는 극적인 변화도 솔직하게 보여줄게요. 2막에선 표정도, 감정도 없는 귀신인 윌리가 되지만 그 내면에 한의 정서를 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춤을 추며 시선 하나, 고갯짓 하나에도 온 신경이 쏠린다. 윌리가 되어 알브레히트를 직접 쳐다보지 않아도 머리카락 끝으로 바라보는 느낌을 내라는 세밀한 주문이 이어진다.
"발끝, 손끝을 끝까지 뻗어내면서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해야 해요. 파트너와의 호흡도 너무나 중요하죠. 저는 그간 빠른 속도의 음악에 춤을 많이 춰왔는데, 지젤은 느리게 흐르는 음악을 느끼며 차분하게 동작 하나하나를 해요. 힘을 빼고, 그 순간에 집중하죠."
24명 군무를 펼치는 윌리로 처음 지젤 무대에 섰던 때도 생생하다. 당시 박슬기의 지젤을 보고 "한계를 넘어서는 듯한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당시 선배 발레리나들이 표현하는 지젤을 무대에서 직접 보면서 크게 감동 받았다"고 했다.
박슬기 수석무용수와 이번 공연에 나란히 무대에 선다. 지난 공연에 데뷔한 솔리스트 심현희도 다시 오른다. "슬기 언니는 롤모델이에요. 노련하고, 그만큼 많이 배워요. 언니가 표현하는 지젤을 보면 푹 빠지죠. 현희는 여리여리한 지젤에 딱 맞아요. 하늘하늘하고 가벼워서 잘 어울려요."
지난 2012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10년차가 된 그는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돌아봤다. 2020년엔 수석무용수로 승급하며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며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열정 가득했는데 모두 멈추면서 너무 속상했죠."
하지만 코로나 시기였던 지난해 4월 선보인 '라 바야데르'의 '니키아'는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 욕망을 그리며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작품이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다가 배신당하는 인도 무희 니키아는 관능, 비련, 신비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다.
"기존의 제 이미지와 다른, 성숙하면서 깊은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었죠. 워낙 대작이고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준비 과정은 어려웠지만 공연을 끝낸 후엔 너무 좋았어요. 아쉽고 또 하고 싶었죠."
2019년 데뷔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이어 '지젤' 무대에 오르며, 평소 손꼽았던 캐릭터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 남았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 공주도, 니키아도, 이번에 데뷔하는 지젤도 한번씩만 해서 꼭 다시 하고 싶다. 미처 다 못 보여드린 부분도 있고, 더 깊이 있게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수석무용수가 됐지만, 아직 많은 역할의 주역을 해보진 못했어요. 하나하나씩 도전하며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진정성 있게 무대에 임하고 있고, 그 마음을 관객들이 느껴주길 바라죠. 관객들의 가슴 속에 남는 발레리나가 될게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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