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30. 도깨비바늘 - 옛 어른들의 ‘천리안’이 되어주던 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들로 산으로 쏘다니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천리안을 가진 도깨비였습니다.
궁금증은 학교 수업 시간에 풀렸지만, 어른들의 도깨비 능력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습니다.
어른들을 명탐정 셜록 홈즈로 만든 건 다름 아닌 도깨비바늘(사진)이었습니다.
아이의 바짓가랑이에 붙어 어른들의 시름을 덜어낸 도깨비바늘처럼 가족의 근황이 안전하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들로 산으로 쏘다니던 어린 시절, 어른들은 천리안을 가진 도깨비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으니까요. 해질 무렵 귀가하면 할머니께서는 “우리 새끼 밤골 묵정밭에 갔다 왔네”라며 놀던 곳을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신통방통한 그 능력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궁금증은 학교 수업 시간에 풀렸지만, 어른들의 도깨비 능력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습니다. 어른들은 옷가지에 붙은 풀씨를 보고 아이의 동선을 파악했고, 까닭을 모르는 아이는 탄복할 수밖에요.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아련한 옛 추억입니다.
어른들을 명탐정 셜록 홈즈로 만든 건 다름 아닌 도깨비바늘(사진)이었습니다. 씨앗 끝의 두 갈래 침이 옷과 짐승의 털에 박혔고, 마을 지리에 밝은 어른들은 그 씨앗을 보고 아이의 동선을 파악했지요. 도깨비바늘은 귀침초, 참귀살이, 바늘닥사리 등 여러 이칭으로 불리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고, 8∼10월에 피는 노란 꽃은 차와 담금주 재료로 씁니다. 씨앗과 뿌리는 그 자체로 약재! 민초들에게 친숙한 식물이었던 도깨비바늘은 밭둑이나 강가, 야산 기슭에 무리 지어 잘 자랍니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씨앗을 퍼뜨리는데 확장성이 대단하지요.
효능 또한 놀랍습니다.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신장 당뇨 황달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열 작용과 함께 모기와 뱀 등 독충에 물렸을 때 생즙을 상처 부위에 바르기도 합니다. 이용 방법은 꽃차와 담금주, 효소 등 다양한데 말린 전초를 달여 마시면 좋습니다. 말린 약재는 20∼25g, 생초는 30∼50g이 적당합니다. 잡귀신으로 통하는 도깨비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듯 이 식물도 독성이 없어 초봄에 나는 어린순은 나물과 국거리, 튀김 등 다양한 식재료로 쓰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밥을 먹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정겹습니다. 핵가족화에 이어 1인 가족이 대세인 요즘엔 기대하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여전히 꿈이자 행복입니다. 딸은 유럽에, 아들은 중국에, 남편은 지방 어디쯤 떨어져 사는 가족의 1인 밥상을 생각해보세요. 쓸쓸함이 먼저 다가옵니다. 그 밥상에 드리운 걱정, 근심을 걷어내고 사랑과 그리움을 올려놓을 순 없는지. 아이의 바짓가랑이에 붙어 어른들의 시름을 덜어낸 도깨비바늘처럼 가족의 근황이 안전하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PL 현장기자회견] 콘테 감독 “손흥민, 월드컵 뛸 수 있다고 확신한다”
- 尹 "사람들이 죽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조치를 안해요?" 경찰 강도높게 비판
- 권력무상 '퍼스트독' 천덕꾸러기 전락?…신·구권력 '김정은 풍산개' 놓고 공방전
- 무궁화호 탈선사고로 경춘선 전동열차 운행도 춘천~상봉으로 조정
- 최문순 전 강원지사, ‘알펜시아 입찰 방해 혐의’ 검찰 송치
- 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구간별 실제 공사 착수는 언제?
- 권성동 "풍산개 파양한 文,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
- ‘춘천법조타운’ 무산 되나?…춘천지법, 석사동 경자대대 단독이전 추진
- 김진태 지사 "레고랜드 디폴트 말한 적 없다" 당 차원의 지원사격 요청
- [막뉴스] 면접 준비 다 했나요? ‘강원특별자치도’ 완전 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