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들도 있네요… 지진 진동보다 재난문자 빨리 보냈다

박상현 기자 2022. 11.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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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먹으며 5분 대기 ‘괴산지진 대응’ 기상청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사 내 지진 분석 장비 앞에 모인 지진화산국 조은영 연구사, 박순천 지진화산연구과장, 박상미 주무관, 함인경 사무관(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들은 지난달 29일 발생한‘괴산 지진’당시 지진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해 찬사를 받았다. /남강호 기자

충북 괴산군 장안면 일대에서 규모 3.5, 4.1의 지진이 16초 간격으로 발생한 29일 오전 8시 27분, 규모가 4 이상일 때 전국에 발송되는 긴급 재난 문자가 전 국민에게 전파됐다. 진동이 서울까지 감지된 이번 지진은 역대 서른여덟째 규모이자 올해 한반도 발생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지진의 파동은 진원으로부터 원을 그리며 점차 바깥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진동을 느끼는 데엔 시차가 있다. 경고음이 울린 후 진동을 체감한 사람들 사이에선 “지진 진동보다 재난 문자 진동이 더 빨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13초 만에 재난 문자를 보냈고, 4분 후 분석관이 정밀 분석한 지진 정보를 정리해 다시 재난 문자 형태로 전 국민에게 알렸다. 13초면 진원으로부터 50㎞ 이상 떨어진 곳에선 아직 진동을 느끼지 못할 때다. 덕분에 주민들 대피는 빠르게 이뤄졌고, 인명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괴산 지진’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기상청 지진화산국 직원들이 맡은 일을 제때,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 지진이 관측되면 자동으로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고, 이후 팀장·분석관·통보관으로 이뤄진 근무자가 재빠르게 지진을 분석해 자세한 정보를 알렸다. 지진화산국 박순천(52) 지진화산연구과장, 함인경(50) 사무관, 박상미(45) 주무관, 조은영(38) 연구사는 지진 발생 후 15분 만에 사무실에 모였고, 다른 직원들도 2시간 안에 모두 청사로 집결해 지진 분석에 참여했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만난 이들은 “언제 발생할지 예측이 안 되는 자연현상 특성상 늘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지만, 신속하게 제공된 지진 정보 덕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7일 지진화산국 당직 직원들이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박상현 기자

지진이 발생하면 관측 장비 분석 값에 따라 자동으로 재난 문자가 발송되는 ‘속보’, 기상청 분석관이 파동(波動)을 분석해 정밀한 정보를 내놓는 ‘상보’가 순차적으로 발송된다. 박 과장은 “속보와 상보의 간격이 짧을수록 인명·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기상청은 그 목표를 ‘5분 이내’로 잡고 있다”며 “이번 괴산 지진 땐 상보가 4분 만에 발송됐다”고 했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제작·관리하는 조 연구사는 “속보에선 규모가 4.3, 상보에선 4.1로 분석돼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이 간극을 더 줄여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북한이 연일 한반도를 도발하면서 지진화산국 직원들도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핵실험 등으로 북한에서 발생하는 인공 지진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기관이 기상청이기 때문이다.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에도 기상청이 이 진동을 분석해 ‘자연 지진’이 아닌 ‘인공 지진’이라는 분석 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 함 사무관은 “지난 3월부터 지진화산국 직원 48명 전원이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며 “그동안 북한이 주로 오전에 핵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직원들은 계속 아침 일찍 출근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진화산국 직원 대부분은 청사 주변에 살며 군 전방부대의 ‘5분 대기조’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지진 경보는 일종의 공습 경보와 같아서 2시간 이내에 청사로 집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주무관은 “지진 속보가 뜨면 바로 뛰어나가야 해서 샤워할 때 비닐백에 휴대폰을 넣고 들고 가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상황실 근무 땐 청사 구내식당조차 가지 못하고 분석 장비 앞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지진화산국은 기상청 내 대표적인 기피 부서다. 우리나라에 지진 전문 인력도 부족해 다른 과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박 과장이 26년, 함 사무관이 13년, 박 주무관이 20년, 조 연구사가 9년을 지진 업무만 맡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을 차례로 겪으며 뒤늦게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현재의 지진화산국도 2018년이 돼서야 조직이 정비됐다.

박 과장은 “기상청 직원들이 자연현상을 분석해 통보·예보하는 최종 목적은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 기상청에 지진 분석 전담 인력이 6명에 불과한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지진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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