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흥행몰이… 한국팀 우승, 전세계 514만명 지켜봐

지민구 기자 2022. 11.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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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한국팀끼리 결승서 우승… e스포츠 강국 부활 신호탄 쏴
내년 항저우 亞대회 정식종목… 국내외 기업들 투자 늘어날듯
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승리한 DRX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팀 DRX와 T1이 맞붙은 결승은 역대 e스포츠 경기 중 2번째로 많은 시청자가 생중계로 지켜봤다. 경기장 현장에는 1만6000여 명의 관중이 모였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5년 만의 한국팀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 전 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이 동시 접속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동안 침체했던 한국이 e스포츠 강국으로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사이트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의 글로벌 동시 접속 시청자 수는 514만7699명(중국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롤드컵 결승(401만8728명)보다 28.1% 증가한 것이다. 역대 모든 e스포츠 경기 중 2번째로 높은 동시 접속 시청자 수 기록이다. DRX와 T1(옛 SK텔레콤 T1)의 맞대결로 펼쳐진 경기에서 DRX가 1-2로 지고 있다가 마지막 2경기를 연달아 잡아내는 반전을 만들어내자 온라인으로 롤드컵 결승을 지켜보는 시청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이번 롤드컵 결승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6차전과 같은 시간대에 진행됐는데도 영미권에서 최소 160만 명의 시청자가 DRX가 우승컵을 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롤드컵 결승이 열린 체이스센터는 미국프로농구(NBA) 지난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의 안방구장으로, DRX와 T1이 맞붙은 현장에도 관중 1만6000여 명이 모여 좌석을 가득 채웠다.

당초 e스포츠 업계에선 올해 롤드컵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 전환으로 야외 활동 인구가 늘어났고 아시아 시청자들이 시차 문제로 미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을 생중계로 시청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리그오브레전드 게발사인 라이엇게임즈는 흥행 실패 우려를 씻기 위해 롤드컵 진행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했다. 롤드컵에서 3회 우승을 일군 T1 소속 페이커(이상혁·26)와 10년 가까이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DRX의 데프트(김혁규·26)가 결승에서 만나자 두 선수가 서울 마포고 동창생이란 점을 앞세워 서사를 만들었다. 현지 간담회에서 외신 기자가 “마포고에서 제2의 페이커, 데프트가 나올 수 있느냐”란 질문을 할 정도로 두 선수의 경쟁 구도가 화제를 모았다.

라이엇게임즈는 마포고 재학생 50여 명을 서울 종로구 e스포츠 경기장에 초청해 롤드컵 결승 응원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마포고 학생들이 일요일에 교복을 입은 채 교기까지 들고 와 학교 선배인 페이커와 데프트를 응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롤드컵을 통해 미국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e스포츠 대회가 충분한 경쟁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내외 유력 기업이 e스포츠에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승팀 DRX는 이번이 첫 롤드컵 우승이지만 그동안 총 1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e스포츠 전문 업체 최초로 코스닥시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2000만 달러(약 1조7200억 원)에서 올해 14억4000만 달러(약 2조300억 원)로, 2029년이면 54억8000만 달러(약 7조730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대회에선 리그오브레전드를 포함한 8개 게임 종목이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롤드컵 결승에서 경쟁한 페이커와 데프트가 한국 국가대표로 함께 출전할 수도 있다. 10, 20대 시청자의 e스포츠 몰입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롤드컵에 이어 내년에는 아시아대회가 예정된 만큼 국내외 기업의 투자, 후원 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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