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이냐, 아세트아미노펜이냐

안준용 기자 2022. 11.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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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놓고 의·약계 갈등 격화

이른바 ‘의약품 성분명 처방’을 둘러싸고 의사·약사 단체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고소전까지 벌어지게 됐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7일 “성분명 처방과 관련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성명을 낸 서울시약사회 측 권영희 회장을 이번 주 중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의약품의 ‘특정 상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약사 단체들은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면 주요 감기약 등 품절 사태를 해결해 국민 편의를 높이고, 약가 인하로 국민 의료비와 건보 재정 지출도 절감할 수 있다”면서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오리지널 약과 복제 약은 성분이 완전히 같진 않기 때문에 성분명 처방 시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고, 부작용의 책임 소재도 애매해진다” “의사의 처방권을 훼손하는 성분명 처방제 추진 자체가 2000년 의약 분업 합의를 깨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 갈등은 지난달 2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발언 이후 불이 붙었다. 당시 약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민들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함께 대안을 마련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오 처장이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오유경 식약처장은 약사회장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약사 출신인 오 처장을 비판하며 “대부분 약국에서 자동 포장 기계가 약사 업무를 오류 없이 하고 있는데 약국을 열고 있는 약사가 왜 필요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에 대한 반발은 그동안 의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로 이익을 취했다는 방증으로, 의사 만능주의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 맞받았다. 소청과의사회는 명예훼손·모욕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정부와 약사회가 일방적으로 의약정 합의를 파기한다면 의료계가 현행 의약 분업 제도를 따를 이유가 없다”며 “의료기관이 원내 조제를 하면서 국민이 조제 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선택 분업’을 추진하는 투쟁도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사람보다 자동 약 포장 기계가 훨씬 더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동 약 포장기’를 병원 등에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자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 등 약사 단체들은 “선택 분업 운운하는데, 약사들이 의사들의 처방 오류를 얼마나 많이 걸러내고 있는지 원한다면 실제 사례들을 수집해서 공개할 것”이라며 “의사 단체의 약사 비하와, 도 넘는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성분명 처방

의사가 의약품 ‘특정 상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가 해당 성분과 함량을 확인한 뒤 제품을 고른다. 의사가 ‘타이레놀’이란 약 이름이 아니라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으로 처방한 뒤 약사가 이 성분 의약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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