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샤우팅 선보이는 예수… 희망을 노래합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로 이름을 처음 알렸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까지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을 파격적인 록 음악으로 들려준다.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이 참여한 앨범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뮤지컬은 50년 넘게 흥행했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수퍼스타’에서 마이클 리(49)가 예수로 출연하는 회차는 매진됐거나 표를 구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 배우는 브로드웨이 등에서 예수, 유다, 빌라도, 시몬을 모두 경험할 만큼 이 작품을 꿰뚫고 있다. 한국 정착도 2013년 ‘수퍼스타’ 서울 공연이 계기가 됐다. ‘복면가왕’을 비롯한 음악 예능으로도 낯익은 마이클 리는 “좋은 뮤지컬은 음악만으로 정확하게 이야기를 실어나르는데 ‘수퍼스타’가 그렇다”며 “이번에는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공연장인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이 뮤지컬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매진 소식을 듣고 배우들 못지않게 관객들도 ‘수퍼스타’를 기다려왔구나 싶었다. 내가 예수를 연기하는 것은 똑같지만 무대와 연출이 달라진다. 흘러간 시간도 반영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겪었고 이태원 참사도 목격했다.”
–그래서 특별하다는 뜻인가.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현재가 소중하다. 미국에서 공연할 때 예수의 마지막 대사는 ‘It’s finished’였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다 이루었다’가 된다.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어떤 희망을 준다.”
–최고의 작곡가와 작사가(팀 라이스)가 뽑아낸 노래는 어떤가.
“그들이 혈기 왕성한 20대에 만든 음악이라 매우 격정적이다. 젊은 시절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이 옳은지 묻게 된다. ‘수퍼스타’의 음악은 수많은 질문과 답으로 구성돼 있다.”
–예수는 왜 매력적인가.
“신과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도 그렇다. ‘피할 수 있다면 이 독배를 거두어달라’는 읊조림으로 출발하는 기도의 형식이다. 점점 의심과 공포, 분노로 소용돌이치고 나중엔 록 샤우팅이 된다. 과거에 나는 고음이 겁나 ‘예수 대신 유다를 맡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중요한 건 음의 높이가 아니라 감정이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고음이 나온다(웃음).”
–미국 스탠퍼드대 프리 메드(의대 진학 준비) 과정으로 심리학을 전공하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
“아버지와 형이 의사였다. 나도 의사가 되는 게 쉬운 길이었지만 영 재미가 없었다. 그때 뮤지컬에 매료됐다. 배우가 되겠다고 했더니 ‘동양인이 맡을 배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태권도 선생님, 배달꾼밖에 없다’며 다들 말렸다. 아무 보장도 확신도 없는 ‘환승’이었지만 마음이 기우는 길을 택했다.”
–1995년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했는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할 땐 부모님이 7시간이나 운전해 보러 오셨다. 아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곤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나도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안전한 길로 가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알겠더라.”
–’수퍼스타’ 공연을 앞두고 좀 경건해졌나?
“예수를 연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신의 아들이라 너무 힘들다(웃음). 이 뮤지컬은 노래도 큰 도전이다. 조금만 무리해도 목소리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애쓴다.”
–여배우 차지연이 유다를 맡은 적도 있는데.
“성별 고정관념을 깨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유행이다. 언젠가 내가 성녀 마리아로 ‘어떻게 사랑하나’를 부를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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