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pick] 연약한 틈새에 싹트는 비극 외
넷플릭스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중환자실 간호사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병원 상사는 ‘맘대로 보호자가 병실에서 자게 두느냐’며 닦달하고, 어린 딸은 ‘엄마가 해준 게 뭐냐’며 손을 뿌리친다. 설상가상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그때 남자 간호사 ‘찰스’(에디 레드메인)가 중환자실 야간조에 새로 들어온다.
에이미는 과묵하지만 친절한 찰스에게 의지한다. 조금식 마음을 열려 할 때, 중환자실에 갑작스러운 환자 사망이 잇따르기 시작한다. 갈수록 찰스 쪽을 가리키는 정황과 증거들. 그를 감싸려 애써 보는 에이미.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구원은 손쉽게 딸 수 있는 열매처럼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구원은 가짜,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연약하고, 사소한 친절에도 쉽게 가드를 내린다. 비극의 씨앗은 그 축축한 틈새에서 싹을 틔운다.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에 바탕했다는 게 더 공포스럽다.
배우에게 홀려 넋을 잃고 보게 되는 영화. 레드메인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으로, 차스테인은 ‘타미 페이의 눈’(2022)으로 각각 오스카 남녀 주연상을 받은 배우다.
지난달 19일 극장 개봉하고 한 주 뒤인 26일 공개돼 연속 5일 넷플릭스 영화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에 올랐다. 주간 시청 시간 공식 순위인 넷플릭스 톱10에서도 6831만 시간으로 10월 마지막 주 1위였다.
클래식 양인모와 부산시향
올해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사진>가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산시향(지휘자 최수열)과 협연 무대를 갖는다. 협연 곡은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2002년 세계 초연된 진은숙의 대표적 협주곡 가운데 하나이지만 국내에서는 실연으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난곡(難曲)이다.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부산시향의 기념 공연으로 2부에서는 지휘자 최수열이 즐겨 연주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려준다. 신동일 연세대 교수가 오르간 연주를 맡는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미 노스캐롤라이나 늪지대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는 소녀 카야(데이지 에드거 존스).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남매들이 차례로 집을 떠나자 카야는 사실상 홀로 남고 만다. 급기야 카야에게 치근덕거리던 마을 청년 체이스가 숨진 채 발견되자 카야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절반의 매력과 절반의 아쉬움이 공존하는 경우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공들여 묘사한 대목들은 빛나지만, 다소 예측 가능한 법정극의 구조는 밋밋한 편이다.
연극 ‘벙거지꾼 계동이’
퇴직을 앞둔 여성 집배원이 마지막 편지를 배달하는데 발신인이 김계동(할아버지), 수신인이 김수혁(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6·25 때 납북됐다. 이 연극은 우편배달부로 일한 3대의 삶을 통해 근현대 100년사를 돌아보는 ‘우정만리 3부작’의 첫 작품. 받는 사람의 표정만 봐도 편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남긴 편지에서 과거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덩치가 큰 이야기인데 무대가 좁아 아쉽다. 이대영 작, 김예기 연출로 13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
축제 ‘서울무용제’
대한무용협회(이사장 조남규)가 주최하는 제43회 서울무용제가 11일 개막해 2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개막 공연인 ‘무념무상’ 시리즈에는 조흥동의 한량무<사진>를 비롯해 정승희, 최청자, 배정혜 등 명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경연 대상 부문에서는 이지희, 김영진, 조성민, 안덕기가 안무한 신작들이 관객을 만난다. 명작무극장, 남판여판춤판, 열정춤판도 이어진다. 폐막식에서는 일반인들이 참가한 ‘4마리 백조 페스티벌’의 대상작을 감상할 수 있다. 상세한 일정은 theater.arko.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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