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16] 과거로 진군하는 인류
벨라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아름답다! 지중해 바다와 위대한 예술 작품들; 거기에 맛있는 음식과 멋진 사람들의 나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일까? 무능한 정부와 마피아, 그리고 능력보다 연줄이 더 중요한 부패 사회가 이탈리아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근대 파시즘을 만들어낸 나라다.
1922년, 수천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로마로 진군한 베니토 무솔리니는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 과거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극단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합친 ‘민족사회주의’를 ‘파시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창시한 바 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퇴폐적인” 개인주의와 다양성을 무너트려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무솔리니만은 아니었다. 시인 단눈치오는 극단민족주의적 이탈리아를 꿈꾸었고, 미래파 아티스트 마리네티 역시 무솔리니를 지지했다. 일본인 단테 학자 시모이 하루키치는 1922년 로마 진군에 합류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무솔리니 전문가 안토니오 스쿠라티는 파시즘을 “포퓰리즘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한 후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기회주의”라고 설명한다. 국가의 미래와 사회 계몽보다는 시민들의 불만과 불평을 증폭시키고 선동해 권력을 독점하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일본 군국주의와 독일 나치즘은 이탈리아 파시즘을 모델로 삼았고, 결국 이 세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 된다.
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비극을 경험한 인류는 지난 70년 동안 분쟁보다는 협업, 그리고 과학과 이성을 기반으로 한 ‘룰 기반’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일까? 100년 전 무솔리니의 사상이 이제 ‘탈세계화’, ‘정체성주의’, ‘트럼프주의’, 그리고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계인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성 무솔리니”라고 불리는 신파시스트 정당 출신 조르자 멜로니가 하필 로마 진군 100주년 해인 2022년 이탈리아 총리가 된 역사적 아이러니는 다시 어두운 과거로 진군하려는 인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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