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96> 침착맨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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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타칭 '어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면 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들 한다.
구독자 189만 명을 보유한 소통의 달인, 초대형 유튜버 '침착맨'을 보다 문득, 세대 간에 경계심과 혐오만 늘어가는 시대에 '나이를 먹으면 말하는 법을 오히려 새로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침착맨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기로 한 이유는, 많고 많은 달변가·웅변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만사 귀찮아 보이는 언행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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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타칭 ‘어른’으로 불리는 나이가 되면 말을 줄이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들 한다. 인정하지만 참 속상한 일이다. 나이 먹어도 아무 말 하고 노는 건 여전히 재미나고, 약값 병원비 등등 지출은 점점 는다.
구독자 189만 명을 보유한 소통의 달인, 초대형 유튜버 ‘침착맨’을 보다 문득, 세대 간에 경계심과 혐오만 늘어가는 시대에 ‘나이를 먹으면 말하는 법을 오히려 새로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의욕 없는 표정으로 시시껄렁한 수다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쏟아내는 침착맨을 스승으로 정한 뒤부터 그가 청산유수로 쏟아내는 아무 말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침착맨에게 말하는 법을 배우기로 한 이유는, 많고 많은 달변가·웅변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만사 귀찮아 보이는 언행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짐을 실감하던 중이라 맞춤형 스승을 찾은 기분이었다. 대체로 어른은 ‘어른’임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말에 과하게 힘이 들어가고 필요 이상 무겁고 경직되거나 장황해진다. 어쩔 수 없이 ‘노잼’(재미없음) 딱지가 붙는다. 노잼으로 끝나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결국 무리수를 둬 공작새 마냥 자신을 부풀리느라 ‘경계대상’으로 찍히기도 한다. 그거 내가 다 해봐서 안다.
침착맨에게 본받고 싶은 점은 스스로 타고난 ‘본성’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사 귀찮고 의욕이 없음을 숨기지 않고 어떤 분야에 대한 무지함을 숨기려들지 않고 성향을 드러냄에도 상대가 누구든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어 내고 만다. 친한 동료 작가들은 물론, 상극일 것 같은 강호동은 물론, 국민 엠씨 유재석, 영화평론가 이동진, 작사가 김이나, 모델 주우재 등등과 함께 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무지와 취향, 소신을 당당히 드러내며 흔한 의견 차이를 결국 소소한 재미요소로 만들어 낸다.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겸손이 아닐까 싶다. 이 의욕 없고 에너지 없는 아재가 이토록 사랑받는 건 재미있기 때문이다.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당당하면서도 불쾌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재로 거듭나기 위해 침착맨 역시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스승으로 모실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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