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참사 앞 밑바닥 드러낸 尹 정부의 ‘엘리트’들
김지현 정치부 차장 2022. 11.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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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판사, 고위 관료. 이 나라에서 자타 공인 최고라고 인정받는 엘리트 집단이다.
사람들이 큰 선거 때마다 이들 출신에게 기대를 걸고 표를 베팅하는 건 그래도 나보다 좀 더 똑똑하다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믿음,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비롯해 내각과 대통령실의 주요 보직을 줄줄이 꿰찬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은 정권 초반 이어진 대형 참사 앞에서 밑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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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판사, 고위 관료…. 이 나라에서 자타 공인 최고라고 인정받는 엘리트 집단이다. 사람들이 큰 선거 때마다 이들 출신에게 기대를 걸고 표를 베팅하는 건 그래도 나보다 좀 더 똑똑하다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믿음,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하는 마음일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사람들이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 외길만 걸어온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건 그동안 입만 살아 떠들던 직업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과 거부감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비롯해 내각과 대통령실의 주요 보직을 줄줄이 꿰찬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은 정권 초반 이어진 대형 참사 앞에서 밑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서 그렇게 다 죽었다는 거지?” “그럼 여기에 인원이 얼마나 있었던 거야”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반말로 툭툭 질문을 던져대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범죄 현장을 수사하는 듯한 검사의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진 6일이나 걸렸다.
판사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직업병을 못 버린 채 칼같이 법적 책임을 가르는 냉정한 발언만 이어갔다.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불을 붙이더니 다음 날엔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진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기름을 부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부처의 이름에 ‘안전’이 들어가 있다는 것조차 망각한 듯 여전히 법정의 판사인 것처럼 잘잘못만 따지기에 바빴다. 흡사 판결문 같은 그의 말 속엔 당장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 감정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는 없었다. 오죽하면 ‘사시를 통과한 소시오패스냐’는 의미에서 ‘사시오패스’라는 비판까지 나왔을까.
1970년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15년 전에도 국무총리를 지냈던 73세의 한덕수 총리에게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도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과 위로의 리더십이었다. 하지만 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모습만 보이던 그는 외신 앞에서 불필요한 농담을 하다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다.
결국 156명이 사망한 참사를 대하는 ‘엘리트 정부’의 스탠스는 철저하게 “수습은 하겠지만, 책임은 우리에게 없다”는 식이었다. 법 전문가들만 있었고 리더는 없었다.
물론 ‘이재명당’의 행태는 더 가관이었다. 이재명의 정제된 입장문에선 이때다 싶어 자신을 옥죄어오던 사법 리스크의 판을 뒤집어 보려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꾼의 느낌만 났다. 큰 건수 잡았다는 듯, 마치 자신들이 집권했으면 참사가 안 벌어졌을 거라는 듯한 민주당의 총공세도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와 SPC 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 등 ‘국민’과 ‘안전’이 키워드로 엮인 대형 사건 사고가 줄줄이 이어졌던 참혹한 10월이었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란 사람들도 별수 없단 걸, 정치의 완전한 실종을 체감해서 더 처참했다.
“여기서 그렇게 다 죽었다는 거지?” “그럼 여기에 인원이 얼마나 있었던 거야”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반말로 툭툭 질문을 던져대던 윤 대통령은 여전히 범죄 현장을 수사하는 듯한 검사의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진 6일이나 걸렸다.
판사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직업병을 못 버린 채 칼같이 법적 책임을 가르는 냉정한 발언만 이어갔다.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불을 붙이더니 다음 날엔 “경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진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며 기름을 부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부처의 이름에 ‘안전’이 들어가 있다는 것조차 망각한 듯 여전히 법정의 판사인 것처럼 잘잘못만 따지기에 바빴다. 흡사 판결문 같은 그의 말 속엔 당장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 감정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는 없었다. 오죽하면 ‘사시를 통과한 소시오패스냐’는 의미에서 ‘사시오패스’라는 비판까지 나왔을까.
1970년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15년 전에도 국무총리를 지냈던 73세의 한덕수 총리에게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도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포용력과 위로의 리더십이었다. 하지만 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모습만 보이던 그는 외신 앞에서 불필요한 농담을 하다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다.
결국 156명이 사망한 참사를 대하는 ‘엘리트 정부’의 스탠스는 철저하게 “수습은 하겠지만, 책임은 우리에게 없다”는 식이었다. 법 전문가들만 있었고 리더는 없었다.
물론 ‘이재명당’의 행태는 더 가관이었다. 이재명의 정제된 입장문에선 이때다 싶어 자신을 옥죄어오던 사법 리스크의 판을 뒤집어 보려는,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꾼의 느낌만 났다. 큰 건수 잡았다는 듯, 마치 자신들이 집권했으면 참사가 안 벌어졌을 거라는 듯한 민주당의 총공세도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강릉 미사일 낙탄 사고와 SPC 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 등 ‘국민’과 ‘안전’이 키워드로 엮인 대형 사건 사고가 줄줄이 이어졌던 참혹한 10월이었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란 사람들도 별수 없단 걸, 정치의 완전한 실종을 체감해서 더 처참했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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