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뭐하나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체활동을 강권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국 정부가 노력하지 않으면 비전염성 질병(NCD) 환자가 급증한다는 내용이다. WHO는 “2030년까지 5억명이 심장질환, 비만, 당뇨, 우울증, 고혈압 등에 걸릴 수 있다”며 “의료비만 연간 270억달러(약 38조원)씩 소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 세계 신체활동 현황 보고서’는 194개국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194개국 중 운동 장려 정책을 만든 나라가 절반 미만이다. 연령대별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나라는 30%”라고 적었다. 보고서는 “청소년 81%, 성인 27.5%가 WHO 권장 운동량에 못 미치며 이는 가정,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WHO 권장 주당 운동량은 적당한 운동 150분 이상, 격한 운동 75분 이상이다.
한국은 운동을 적극 권장하는 나라가 아니다. 중앙정부 체육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0.3%로 유럽연합(EU) 평균치의 절반도 안 된다. 비슷한 예산들이 유관 부처에 흩어져 있을 뿐 일관성 있게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도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간 협업은 엉망이다. “운동하면 다친다. 그 시간에 공부하라”고 운동을 막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도 있다. 한국 청소년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WHO가 권장하는 청소년 운동시간은 하루 1시간인데 한국 초등, 중등 정규 체육시간은 주당 3시간이다. 초등 1·2학년은 체육수업이 없다. 전국 초·중·고가 매년 하는 학생건강관리프로그램(PAPS)도 허점투성이다. 한국 청소년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코로나19 시대에 한국은 실외 운동시설까지 폐쇄했다. 유엔과 WHO는 코로나19 대응 방침에 운동을 기본으로 포함했지만 한국 정부 방침에는 운동이 없었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체육시설을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찍었다. 한국에는 신뢰할 만한 연령별 신체활동 통계가 없다.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공공 시스템도 없다. 운동이 가진 의료비 절감 효과 연구는 수준 이하다. 자전거도로 자체가 부족한 데다, 여전히 무척 위험하다. 밤이면 학교 운동장은 닫히고 사람들은 술집에 모인다. 병원도 운동처방은커녕 ‘돈이 되는’ 약물처방만 내린다.
WHO 보고서는 신체활동 부족을 개인이 아닌 사회 문제로 다뤘다. 보고서는 공공 운동시설 확충, 도보·자전거도로 확보 및 안전성 제고, 어린이·장애인 운동 환경 조성, 직장 내 운동 공간 마련,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운동 권장 및 지속적 모니터링 등을 신체활동 현황 평가 기준으로 삼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올해부터 스포츠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기본법에는 국가체육정책을 책임지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게 돼 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다. 부위원장은 기획재정·교육·문체부 장관이다. 위원은 외교·통일·법무·국방·행정안전·보건복지·환경·여성가족·국토교통·해양수산·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무조정실장이다. 필요할 경우 차관급 조정회의도 열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위원회가 가동됐다는 소식은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규모 대회 유치 등 전시행정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꾸준하고 편리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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