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두 번째 정회…한동훈 '황운하, 직업적 음모론자' 사과 거부

박기범 기자 2022. 11. 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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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 野 사과 요구에 "진행 안 되는 건 유감…사과할 뜻 없다"
野 "헌정 구조 한 축 국회 모욕" 與 "참사 배후 지목, 장관 권위 처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가리켜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 발언을 두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또다시 정회됐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사건과 관련해서 한 장관이 추진하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 장관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은 국회를 모욕했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한 장관을 옹호하면서 맞섰다.

여야 공방 속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 심의를 받는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을 향해서 '직업적인 음모론자'라고 얘기를 하면서,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후 10시2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예결위는 정회한 지 약 50분 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속개 이후 한 장관이 야당의 사과 요구를 거절하면서 약 30분 만에 또다시 시계가 멈췄다.

10시54분쯤 속개된 회의장에서 우 위원장은 "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에 대한 공손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것은 국민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에게 "발언의 취지가 무엇인지, 사과할 의사가 있는지 분명히 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에 "황 의원과 김어준씨의 발언은 저를 이태원 참사의 배후이자 주범으로 모는 내용이었다"며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가 누적돼왔고 이게 사회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고 생각해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저를 평가한다면 평가받겠지만 사과할 뜻은 없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우원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 장관의 사과 거부에 여야 공방은 다시 시작됐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은 대통령을 대신해 앉아있는 것"이라며 "동료의원을 무시하는 것은 국회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고 민주헌정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대의기관인 국회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 우 위원장에게 한 장관을 퇴장시키고 차관을 대신 자리하게 해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내각이 이렇게 할 때 이걸 지휘하는 것은 대통령을 대신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총리가 할 일"이라며 "총리는 왜 가만히 있나. 대통령의 뜻인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 역시 "한 장관이 자연인으로서 모욕감을 느끼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면 자연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두고, 자연인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맞다"며 한 장관을 퇴장시킬 것을 요구했다.

박정 의원은 우 위원장을 향해 한 장관에게 재차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우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해선 한 장관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한 장관은 "제 발언 때문에 의사가 진행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말의 취지를 번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영덕, 김두관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한 장관의 사과를 다시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퇴장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사과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함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한덕수 총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야당에서 나왔는데, 한 총리는 이에 "총리가 아무 데나 나서야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한 장관 옹호에 집중했다. 여당 예결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한 장관이 자신의 발언 때문에 의사진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 유감표명을 했다"며 "국민들이 평가하도록 하고 의사진행을 해달라"고 우 위원장에게 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56명의 고귀한 목숨을 잃은 참사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 참담함이 삭혀지겠는가. 법무부 장관의 권위를 처참히 무너뜨리는 발언"이라고 황 의원을 겨냥하며 "여기 계신 분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듣고 계시겠는가"라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은 "오늘 법사위에서도 하루종일 공방을 벌였다"며 "국가적 참사 중에 국회의원이 방송에 나가서 말을 함부로 하고 이를 부풀리는 게 온당한 일인가. 그 점도 깊이있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여야 공방 속 한 장관이 사과를 거부하자 우 위원장은 "국무위원 한 분이 본인의 감정, 억울함을 갖고 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직업적 음모론자'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과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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